[시론] 농업교육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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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교육열은 뜨겁다.
농업교육은 어떠한가? 누구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누가 어떻게 영위하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이런 인식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고품질 농업교육를 위한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
산업화로 농업 사회에서 급속하게 탈피한 우리에게 필요한 농업교육의 방향은 무엇일까? 농민에게 유익하면서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도록 디딤돌을 잘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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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교육열은 뜨겁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움을 귀하게 여겼다. 근대 교육제도가 일반화되고 누구나 공교육의 혜택을 받는 오늘날에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까지 지출하는 것을 보면 ‘교육에 대한 열망은 어쩌면 한국인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열기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교육이 바람직한 모습인지 의문이 든다. 민주시민 교육, 창의적 인재 육성 등 명분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문제를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정확하게 푸는 재주를 겨루는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교육의 역할이나 교육받은 사람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과 개인의 동기에 차이가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개인은 경제적 안정, 사회적 인정, 일에서 오는 보람 등을 추구하기 위해 교육 내용이나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필요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골고루 자리 잡고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문제는 각자 자유로운 선택이 취합된 결과가 사회적으로는 불균형을 이루기 쉽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수 인재가 의료에 헌신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현저히 약화할 정도로 지나치게 쏠리면 부작용이 클 것이다.
농업교육은 어떠한가? 누구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누가 어떻게 영위하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농업은 낙후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인지 농업인이 되려는 젊은이는 줄고, 인구감소 추세 속에 청년농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한편 직간접적으로 농촌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일부 기성세대는 아무나 농업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인식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고품질 농업교육를 위한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
사실 오늘날 제대로 농업을 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고급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농지·농기계·농업시설 등 투자비용 또한 웬만한 도시 자영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작물 생산주기는 대부분 1년 단위이므로 투자를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즉 한해 농사를 망칠 경우 큰 투자금만 날리고 손에 쥐는 것은 없을 위험이 큰 것이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든 농대에 입학하는 청년이든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과 지식, 경영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필수라고 하겠다.
산업화로 농업 사회에서 급속하게 탈피한 우리에게 필요한 농업교육의 방향은 무엇일까? 농민에게 유익하면서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도록 디딤돌을 잘 놓아야 한다. 농작물은 매우 다양하고 소비자 선호는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일시적 유행을 좇는 농민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급변하는 사회 여건을 감안할 때 비록 소수이더라도 탁월한 기초 역량을 가진 농민이 필요하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경험이나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기보다 과학 기반의 검증 가능한 기술을 효과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유능한 현장 농민을 양성하기 위해선 각별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농업 과학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그 성과를 적기에 현장 기술로 전환해 가르치는 평생교육 체계가 탄탄해야 한다. 아울러 기관별 다양한 교육 과정을 종합 안내하고, 개인의 교육 이력을 관리하는 농업교육포털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농업 전문가 양성을 위해 인내하며 투자하고, 그 효과도 장기간에 걸쳐 면밀하게 살피며 개선해 나간다면 농업의 미래 또한 밝을 것이다.
정현출 한국농수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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