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막으려면 HUG 전세반환 보증료 현실화해야"
25일 KDI 경제정보센터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전세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주택임대차 계약 형태다. 임차인의 관점에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 반면 임대인은 대여받은 보증금을 활용 주택을 구매해 공급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던 전세제도는 최근 다양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잠재적 위험을 드러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유례 없는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주택·전세가격이 급등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상승한 금리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역전세 위험가구는 전국 102만6000가구였으며 보증금 대비 전세가격의 차이는 평균 7000만원으로 추정했다.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커진다. 지난해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의 공시가격 대비 전세가율이 각각 137%와 151%를 기록한 반면 공시가격 5억원 이상에서는 67%, 73%였다.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저가의 연립·다세대 주택일수록 전세보증금의 미반환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정부는 보증금을 사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상환하지 않을 때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주는 제도이다. HUG는 일정 비율의 보증료를 받고 사후적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했을 때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 부진과 함께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올 7월까지의 보증사고 금액은 2조원에 근접했다. 이에 지난 5월부터 반환보증의 가입요건이 강화됐다. 종전에는 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한 전세가율이 100% 이하여야 했으나, 이 수치가 90%로 조정됐고 공시가격의 150%까지 인정하던 주택 시세도 140%로 낮아졌다. 이 경우 평균 공시가격 평균 1억3000만원인 주택들은 반환보증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이 같은 현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증료율의 현실화와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료율은 다른 보증상품이나 실제 보증사고율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현재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보증제도의 보증료율은 0.115∼0.154% 수준인데 반해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잔액 대비 사고율은 1.55%를 기록했다.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물론 보증기관은 보증사고 시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채무를 변제한 후 구상권을 행사하기에에 실제 보증손실률은 이보다 낮긴 할 것"이라며 "실제 손실률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해야 하되 저가 주택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단기적 할인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인의 부채비율 등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거나 보증료율 일부를 임대인에게 나누어 부과함으로써 임차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을 통해 반환보증이 전세계약의 필수요건이 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고 있는 LTV(담보인정비율)를 활용한 혼합보증제도 또한 제안했다. 전세가율이 해당 지역의 LTV 규제 이하인 경우 일반적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활용하되 전세가율이 그 이상이면 해당 금액까지 반환보증으로 보호하고 초과 보증금은 제3자가 보관했다가 지급하는 에스크로(escrow) 제도를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문 연구위원은 "'갭투자'는 LTV 제약을 우회할 수 있어 주택시장 상승기에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길 뿐 아니라 주택시장 하락기에는 깡통전세 양산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는데, 전세 임대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LTV 규제를 전체 주택에 적용하는 혼합보증제도는 갭투자를 통한 규제 회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제도 정착을 위해선 앞선 반환보증 제도의 필수 가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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