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만 부각된 연금개혁[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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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다던 연금개혁이 이번엔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5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가 '깜깜이' 논란에 휩싸인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연금개혁은 정부안이 나온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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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의 패널로 참석했다. 당시 만난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의 초석을 닦자"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외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정부의 강력한 연금개혁 의지에 국회는 특별위원회 구성으로 화답했다.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다던 연금개혁이 이번엔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 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는 냉담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연금개혁 정부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히려 연금개혁 논의를 이끌었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위원들 사이의 갈등만 부각됐다. 연금개혁의 초석을 놓아야 할 재정계산위원회가 제 역할을 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연금개혁을 위해 모인 복지부의 자문위원회다. 정부위원 2명을 포함해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이 교수와 연구자들이다.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연금전문가들인 셈이다. 복지부는 5년마다 이뤄지는 연금개혁 논의를 위해 지난해 11월 재정계산위원회를 구성했다.
물론 초기 활동은 돋보였다. 투명성을 강조하며 회의록을 모두 공개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가 '깜깜이' 논란에 휩싸인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보험료율 조정 등 민감한 현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자 재정계산위원회 회의록은 더이상 공개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결말'도 만들지 못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9월 초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이 과정에서 2명의 위원들이 사퇴했다. 위원들 사이에 불거진 이견 때문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그런 세세한 얘기들까지 궁금해하진 않을 것이다. 그냥 국민들이 기억하는 사실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조차도 이견이 노출됐다는 점이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공청회 이후 보완내용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지난 19일 복지부에 제출했다. 여기엔 총 24개의 시나리오가 담겼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방안,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45%, 50%로 올리는 방안, 수급연령을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조합이 들어갔다.
시점으로 보면 너무 늦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10월말까지 연금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자문위원회가 24개나 되는 방안을, 그것도 법정 제출일 12일 전 정부에 제출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공을 정부에 떠넘긴 것도 모자라 정부 선택의 폭도 좁혀주지 않았다.
연금개혁은 정부안이 나온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정부안을 토대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안이 나오기 전 자문위원회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단 점을 보면,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상당수 젊은층이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연금개혁의 앞길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민연금의 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받는 사람은 늘어난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계산위원회의 이번 활동 결과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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