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비난 팻말 고성 야유 않기로, 모처럼 신사협정 지켜지길
여야가 국회에서 상대방을 향해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비난 팻말을 들거나 부착도 안 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쟁을 자제하자는 데 공감, 이 같은 실천 방안에 합의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후 여야 의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없어진 대신 상대방을 향한 야유와 피케팅은 계속 늘어왔다. 특히 지금의 21대 국회는 ‘막장 국회’로 불려왔다.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연설 때 “땅, 땅, 땅” “땅 대표”라고 계속 소리 지르며 연설을 방해했다. 탈북한 국민의힘 의원을 “쓰레기”라고 모욕한 의원도 있었다. 이런 고성 지르기, 야유는 국민의힘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상임위에서는 어느 한쪽에서 상대방 비난 팻말을 부착하면 그보다 더한 팻말을 써서 반격하는 게 일상이 됐다.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각각 ‘이재명 판교 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화천대유=아빠의힘 게이트, 50억이 산재위로금’ 팻말을 부착하고 대치했다.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여야 지지율이 동반 하락,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無黨派)가 제1당이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국회의 전례를 보면, 이 같은 신사협정은 대체로 오래가지 못했다. 여야의 정쟁이 다시 격화되면, 언제든 구태가 재연될 수 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상습적으로 고성을 지르고 야유하는 의원은 자동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모처럼 국민으로부터 환영받는 여야 합의를 국회 밖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최근 전국에 내걸었던 정쟁성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지난해부터 상시 허용된 정당 현수막이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취한 조치였다. 민주당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자신들의 현수막은 ‘팩트’라며 여전히 걸어 놓고 있다. 국회에서 상대방을 향해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고 팻말도 들지 않기로 약속한 만큼, 국회 밖의 현수막도 모두 철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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