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옥 같은 북송 또 1000여 명 대기 중, 유엔에 호소해야
북 주민 일가족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귀순했다. 동해상 탈북은 2019년 11월 북 어민 2명이 삼척항으로 귀순했다가 문재인 정부에 강제 북송당한 지 4년 만이다. 국제 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북·중 국경이 아닌 해상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밀착에 따른 탈북자 단속 강화로 중국 등을 통한 한국행이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정의연대는 ‘통일과나눔 재단’ 긴급 콘퍼런스에서 올 8월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린 후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탈북자 620여 명이 5~7곳 세관과 변방대를 통해 강제 북송됐다고 밝혔다. 중국 변방대 등에는 아직도 1000명 넘는 탈북자가 북송 대기 중이라고 했다. 언제든 더 북송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송된 이는 대부분 여성이었고 임신부와 영아도 있었다고 한다. 중국 측 호송 버스와 승합차에 실려 북에 넘겨지면 북한 보위부로 이송된다. 가혹한 고문과 조사가 기다리는 곳이다.
북한정의연대 등은 북이 이들을 벌거벗겨 때리고 7~9평 감방에 50명 이상을 수감한다고 했다. 물과 밥을 제대로 주지 않고 수시로 가혹 행위와 고문을 하는 등 지옥 같은 환경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했거나 한국인·교회 등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거나 즉결 처형한다고 했다.
중국 내 탈북자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지린성과 랴오닝성 일대 감옥과 구류장에는 잡혀 온 탈북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강제 노역까지 한다고 했다. 북한이 탈북자 일가를 몰살하고 브로커도 처형한다고 협박하는 통에 중국으로 넘어가는 도강(渡江) 비용이 10배 가까이 뛰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탈북 브로커 단속 강화와 일부 사기 행각 때문에 태국·라오스 등으로 가는 남방 탈북 경로는 사실상 끊겼다. 북한 동포를 구원하는 생명 줄이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유엔 총회에서 채택할 북한 인권 결의안에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를 명시해 중국이 함부로 탈북자를 송환하거나 단속·구금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한중 관계를 강화해 대중 협상력을 높이고, 중국이 스스로 가입한 난민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한다. 재외공관의 탈북자 보호 지침을 정비하고 탈북 경로를 되살릴 민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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