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새 하원의장 후보로 ‘중도파’ 에머 선출... 몇 시간 만에 사퇴
트럼프도 “그에게 투표하는 것 비극”
하원 지도부 공백 사퇴 장기화될 듯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24일(현지 시각) 새로운 하원의장 후보로 톰 에머(62) 원내총무(whip)를 선출했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에머 총무는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에머 총무는 공화당 내 온건파로 평가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당내 강경파들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하원 지도부 공백으로 인한 의회 ‘마비 사태’가 당분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 의장 후보에 출마한 8명의 의원을 상대로 표결을 실시해 이같이 결정했다. 3시간 동안 5차례의 투표를 거쳤다. 에머 원내총무는 1차 투표에서부터 최종 투표때까지 계속 1위를 차지, 하원의장 후보로 당선됐다. 지난 3일 매카시 전 의장이 해임된 이후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와 짐 조던 법사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로 나선 하원의장 후보다.
당초 9명의 의원들이 경선에 도전했지만, 1차 투표 전 댄 뮤저(펜실베이니아), 게리 팔머(앨라배마) 의원이 출마 의사를 철회, 7명이 1차 경선에 참여했다. 1차 투표에선 에머 원내총무는 78표를 얻어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34표),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바이런 도널즈(플로리다·29표), 케빈 헌(오클라호마·27표) 의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오스틴 스콧(조지아·18표), 잭 버그먼(미시간·16표), 피트 세션스(텍사스·8표) 의원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2·3차 투표에서도 에머 총무가 1위였다.
그러나 에머 총무는 이날 오후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동성 결혼을 성문화하는 것에 찬성했고,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에 참여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글에서 “에머는 공화당 유권자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며 “에머 같은RINO(Republican In Name Only·허울만 공화당원)에게 투표하는 것은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릭 앨런(조지아) 의원도 에머 원내총무가 동성 결혼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을 문제 삼으며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에머 원내총무 선출 후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지지 여부를 묻는 호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최소 20명 이상이 반대했고, 5명이 기권인 재석(present) 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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