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외교로는 강제북송 못막아… 정부, 中에 멈추라고 공식 요청을”
최근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계기로 중국과 물밑 교섭을 통한 ‘조용한 외교’적 접근 방식 대신 우리 정부가 외부에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중국이 강제 북송을 중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통일과나눔 재단(이사장 이영선)이 재중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개최한 긴급 콘퍼런스에서 “조용한 외교적 접근 방식은 실제 강제 북송을 막는 성과와 결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정부가 재중 탈북민을 적극적으로 보호·지원하는 정책을 세우고, 강제 송환 문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보편적 인권 문제임을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재중 탈북민의 강제 북송은 국제법에 분명히 반하는 행위이고, 이를 막아야 할 법적 책임이 중국 정부에 있음은 명확하다”며 “중국 정부가 최소한 강제 북송을 자제하고 탈북민의 기본적 안전이라도 보장하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도 과거 외교 공관 등에 진입한 일부 탈북민과 관련, 국제 여론을 의식해 제3국 추방 형식으로 망명을 용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법 분야 전문가인 백 교수는 2020년 10월에 이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재선출됐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도 “역대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도 지금까지 공식적 언급을 하지 않는데 이제는 중국에 즉각적 공개 요청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 기간 체포된 재중 탈북민의 한국 내 탈북 가족이 지난 2년 외교부를 찾아 가족의 북송을 막아 달라고 매달렸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박선영 물망초 대표는 “탈북민들을 끊임없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게 지난 30년간 ‘조용한 외교’의 결과”라며 “정부가 중국은 유엔인권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유엔에 문제 제기를 하고 국제 인권규범을 무시하는 중국도 제재를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는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대통령이 직접 탈북 동포를 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며 “강제 북송 문제는 인류 보편적 인권 문제인 만큼 중국에 우리 동포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그룹 대표는 이날 지난 20여 년 중국 등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에 힘써 온 인사의 증언을 인용해 “지난 8월 말~이달 9일 세 차례에 걸쳐 약 620명이 북송됐다”며 “현재 중국 구금 시설에 갇혀 있는 북한 주민은 지린성 창춘에 475명 등 약 1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실형이 확정돼 중국 당국의 처벌을 받고 있는 이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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