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주쿠역 흉기난동 피신 때도 좌측통행 지켜
24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역 개찰구에서 야마노테선(線)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퇴근 시간대를 맞아 한꺼번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반대편에서도 수백 명이 내려왔다. 좁은 계단이었지만 오르고 내리는 승객 간 몸을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승객들은 모두 좌측통행했고 자연스럽게 3~4열 종대를 만들면서 앞사람의 뒤를 따랐다. 신주쿠를 비롯해 도쿄 주요 지역에서는 도보 이동 시 좌측통행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2017년 ‘세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 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340~360만명으로, 부산 인구(330만명)보다 많다.
전철 노선 11개가 지나는 신주쿠 역사는 출구만 54개인 미로 같은 구조에 피난 통로가 좁고 길어 대형 밀집 압사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1885년 생긴 이래 한 번도 혼잡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승객들이 철저하게 보행 질서를 준수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보행자가 좌측통행을 하는 곳도 있고, 우측통행을 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자리 잡은 관행을 지역 주민과 행인들은 엄격하게 준수한다. 이 때문에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도 보행자들이 각자 정해진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렇게 확립돼 있는 보행 질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6월 있었다. 전철에서 칼을 소지한 한 남성이 등장하자 놀란 승객들이 앞다퉈 신주쿠역에서 하차·피난했다. 압사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경상 3명이 인명 피해의 전부였다. 이용객들이 대피하는 상황에서도 대부분 좌측통행을 지켰고 앞사람을 밀지 않았다.
도쿄에 사는 40대 여성 미사와 나쓰미씨는 “유치원 때부터 집과 학교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룰’을 지키라고 배웠고, 주변 지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좌측통행 같은 보행 질서는 완벽하게 지킨다”며 “정해진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기 때문에 통행 룰을 어기려야 어기기 힘든 게 일본 사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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