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이러지 않겠습니다”

원선우 기자 2023. 10. 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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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피케팅·고성 금지’ 합의
장제원 국회 과방위 위원장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자리에 붙은 '공영방송 낙하산사장 결사반대' 손팻말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與野)는 그간 국회 회의장의 일상이나 다름없었던 고성과 야유, 비난 팻말을 퇴출하자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이날 자당(自黨) 회의에서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우선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서 팻말을 부착하거나 고성과 야유를 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 역시 “그동안 국회 회의장에서 여야 간 좋지 않은 일로 국회가 파행하거나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를 바로잡자는 취지”라며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해 여야가 합의했다”고 했다. 이런 구상은 전날 월요 정례 오찬에서 홍 원내대표가 먼저 운을 띄웠고 윤 원내대표가 적극 화답했다고 한다.

2022년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야당 의원들은 '여가부 폐지 세계적 망신'이라고 적인 팻말을 세웠고, 여당 의원들은 '여가부 위기는 문 정부 자초' 등의 팻말을 붙였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야당을 과도하게 비난해 왔던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가 이에 고성·야유·팻말 퇴출로 화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과거 상임위원장·간사 시절에도 ‘국회 중앙홀 등 회의장 바깥에선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얼마든지 해도 되지만 회의장 내 질서는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극단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총선을 앞둔 여야가 적극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21대 국회는 상대 당 발언을 방해하는 야유와 고성으로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지난 6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도중엔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땅땅땅” “울산 땅” “땅 대표” “땅 파세요” 등 고성으로 회의를 방해했다. 당시 본회의장에선 초등학생들이 회의를 방청 중이었다.

지난달 대정부질문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정 최고위원 등 야당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발언을 제지하며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여당 역시 “지금 뭐 하는 짓이야”(김기현 대표) 등 고성으로 맞섰다. 이에 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 김영주 국회부의장마저 “국민이 보고 있다” “초등학교 반상회도 안 이렇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번 ‘팻말 퇴출’ 합의를 계기로 여야가 현재 공해 수준으로 난립한 ‘정치 현수막’을 제한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정당 현수막 규제를 위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총 12건 올라와 있지만, 모두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정치권이 상황의 심각성은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야의 이런 신사협정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중도층 표심이 부각되면서 일단 양당이 몸을 수그리지만 기존 지지층의 입김이 커지는 국면이 오면 이런 합의는 언제든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대는 오는 31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첫 시정 연설을 헌정 사상 최초로 보이콧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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