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50년前 소양강댐처럼 혁신을
1973년 10월 준공된 소양강댐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소양강댐은 1970년 경부고속도로, 1974년 서울 지하철 개통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끈 ‘3대 국가 기반 사업’으로 꼽힌다. 당시 한 해 국가 총예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321억원이 투입됐다. ‘치수(治水) 혁신’ 없이는 경제 부흥도 불가능하다는, 가난한 나라가 건 도박이 바로 소양강댐이었다.
소양강댐은 1960년대 초 계획 당시엔 ‘콘크리트 수력발전댐’으로 추진됐다. 그러다 건설부(현 국토부)가 수도권 개발 및 홍수 대비를 위해 다목적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로에 놓이게 된다. 발전용 댐은 물을 계속 흘려보내며 수력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라 ‘물그릇’이 작아도 되지만, 다목적댐은 여기에 이·치수 기능까지 더해야 해 공사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이 콘크리트댐 대신 암석과 자갈로 댐 본체를 쌓고 윗면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드는 ‘사력(砂礫)댐’으로 공사비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소양강댐 건설은 변곡점을 맞게 된다. 산간벽지에 짓는 댐이다 보니 암석과 자갈을 공사장 바로 옆에서 조달해 재료비와 운송비를 크게 줄인다는 계산이었다. “과잉 투자”라는 비판과 우려 속에 박정희 대통령이 다목적댐 추진을 결단하면서 소양강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 4위의 사력댐으로 지어지게 된다.
소양강댐의 진가는 준공 후 십수 년이 지난 1984년과 1990년 대홍수 때 발휘된다. 5억t의 홍수 조절 용량을 가진 소양강댐이 상류에서 물을 최대한 가둬주면서 한강 인도교 수위를 1.23~2m가량 떨어뜨린 덕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두 차례 대홍수 때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치수에 성공한 서울은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 상습 침수 지역이던 강남권은 농지에서 도시 주거 지역으로 개발됐다. 이수(利水)에도 성공했다.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295L의 물을 쓰는데, 소양강댐이 하루 수도권에 보내는 식수는 1356만명이 쓸 수 있는 400만t 규모다. 수원·용인에 반도체 산단이 조성되며 기업이 성장한 것도 소양강댐이 보내는 공업용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물 정책은 50년 전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2010년대에 미래에 침수가 예상돼 국가 주도 댐으로 추진했다가 환경·지역 단체 반발에 부딪혀 건설이 무산된 섬진강과 남한강 유역에서 2020년과 올해 막대한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엔 아예 ‘국가 주도 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댐은 환경·수계를 감안할 때 건설 가능 지역이 한정되기 때문에 건설 적정 후보지가 정해지면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정부가 거센 반발을 뚫고서라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환경 단체 반발에 쉽게 사업을 포기하고, 담당 공무원들도 정면 대응을 기피하면서 우리의 치수 대책은 과거에 머물러있다.
환경부가 11월 말까지 치수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수량 관리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후 내놓는 첫 치수 대책이다.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용량’의 댐을 지어야 한다. 기후 위기가 거세지는 지금 50년 전 소양강댐에 버금가는 혁신적 치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그 피해는 수년, 수십 년 후 우리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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