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한국은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

리야드/최경운 기자 2023. 10.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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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없이 숙소 방문, 尹과 환담
韓·사우디, 43년 만에 공동성명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 발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빈관을 방문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환담 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대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현지 시각)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단독 환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만남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을 전격 방문해 이뤄졌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환담을 마치고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 옆자리에 동승해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15분간 이동했다”고 했다.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FII 행사장에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 동반 입장해 윤 대통령이 연설과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FII 행사에서 한국을 홍보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한·사우디 양국이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경제 협력 범위를 수소 경제, 스마트 시티 등으로 확대하고 문화·인적 교류 확대와 미래 과학기술, 방산 등 안보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 의지를 성명에 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현지 시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윤 대통령 옆)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웃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을 깜짝 방문했고, 직접 윤 대통령을 태우고 15분간 운전해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이동했다./연합뉴스

양국이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으로 대표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협력 범위를 다변화하고, 한국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키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빈 살만 왕세자가 졸업한 ‘킹 사우드’ 대학을 찾아 “여러분의 선조인 아라비아인들이 인류의 발전과 번영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했던 연설이 사우디 왕실에 감동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국은 이날 총 44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에서 “1962년 수교 이후 교역 규모가 400배 증가하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점을 환영한다”며 “상호 투자를 더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2022년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수립한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지속 심화·발전시켜 나가자”면서 “교역 및 미래지향적 산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수소 경제, 스마트 시티, 미래형 교통수단, 스타트업 등에서 상호 투자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원자력, 태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및 청정 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수소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키디야, 홍해 개발, 로신, 디리야 등 기가 프로젝트와 이에 연관된 인프라 산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교환식에서 '한·사우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참석했다./연합뉴스

양국은 교통, 해수 담수화 등 인프라 분야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스마트 팜·식품 및 의료 제품, 백신과 의약품 개발, 통계 등 새로운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성명에서 “사우디가 계속해서 한국의 원유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이자 원유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밝혀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양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하며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과 항구적 평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국은 또 국방·방산·대테러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 국빈 방문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과 한국의 건설 시장 진출이 중심이 됐던 양국 협력 관계를 첨단 신산업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1973년 한국 건설사가 사우디에 처음 진출하면서 시작된 양국 건설 협력이 5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의 제조 기술과 디지털 역량 등을 앞세워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은 15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 및 계약 51건을 맺었다. 작년 11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양국 기업이 체결한 290억달러(약 39조원) 규모의 투자 MOU·계약까지 합하면 현 정부 출범 후 사우디에서만 60조원대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셈이다. 500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네옴시티 등 미래형 신도시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길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신화 다시 쓸 네옴시티 -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이재용(맨 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원유 공급망 안정을 다지면서 방산 수출 길을 넓히는 데도 주력했다. 사우디는 이번에 원유 530만배럴을 울산 한국석유공사 저장 기지에 비축하고, 원유 공급 위기 때 한국이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윤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산 무기 수출 계약도 임박한 분위기다.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은 “결실 단계에 접어든 한·사우디 방산 협력 성과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가 관심을 기울여 온 한국산 요격미사일 ‘천궁-2′ 등 방공 무기 체계 도입 협상이 성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사우디 등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과 만찬을 했다. 헤드테이블에는 주로 중소기업·스타트업 대표들이 앉았고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이 건배 제의를 했다. 풍산금속 회장인 류 회장은 건배사에서 “대통령께서 세일즈를 잘해줘 제가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한경협 회장도 맡게 됐다”며 “상상을 현실로”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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