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61] 신안 바위옷 묵무침
‘돌팍옷’이나 ‘독옷’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나, 바위옷이라는 이름을 듣고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돌팍이나 독은 돌을 이르는 전라도 말이다. 바위옷은 갯바위를 옷처럼 덮고 있는 해초의 일종이다. 그 바위옷을 끓여서 만든 묵이 바위옷묵이다. 맛이 궁금해 물어보자, ‘맛있어요. 기가 맥혀부러’라며 침을 삼켜가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올렸다. 맛뿐만 아니라, 작명 또한 기가 막힌다. 먹물 좀 먹은 사람들은 ‘바위 이끼’를 상상했을 것인데, 신안 섬 주민들은 거침없이 ‘독옷’이라 했다. 여름에는 갯바위에서 바위옷을 긁을 수 있지만 겨울이면 바위에 붙어 채취할 수 없다. 여름도 물이 많이 빠지고, 해가 날 때가 좋다. 옛날에는 전복이나 대합 등 패류 껍데기로 바위를 긁어 채취했다. 게다가 깨끗한 바위를 찾아다녀야 하기에 무인도로 가는 일이 많다. 채취하는 과정이 수고스럽다.
뭍에서는 도토리를, 제주나 남해에서는 우뭇가사리를 이용해 묵을 만들어 잔치나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내놓았지만 갯벌이 발달한 섬에서 쉬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위옷이리라. 옛날 섬마을에서 사위보다 더 귀한 손님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하실 때 내놓기도 했다. 바위옷은 물질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산속을 헤매지 않아도 된다. 갯벌이 발달한 섬마을에서 묵을 만들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재료다. 우무나 도토리묵에 비해 단단하고 쉽게 부서지지 않고 탱글탱글하다.
묵이 그렇듯이 바위옷도 손이 많이 간다. 채취한 바위옷을 10여 번은 씻어야 한다. 그리고 햇볕에 잘 말려서 보관한다. 갈무리해 놓은 바위옷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약한 불에 두어 시간 끓인다. 그리고 체나 망으로 걸러낸 후 저어가면서 다시 끓인다. 그리고 통이나 틀에 넣어두고 식히면 두부처럼 응고된다. 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참기름과 파를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끼얹어 먹는다. 사라질 위기에 있는 식재료를 보전하고 지역 음식을 지키는 국제슬로푸드연맹의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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