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공모 2차전 ‘압구정 3구역’… 이번엔 ‘잡음’ 없길
총사업비 약 6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사업비 기준)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3구역 설계권을 두고 국내 설계 회사인 희림건축과 해안건축이 다시 맞붙게 됐습니다. 지난 7월 첫 설계 공모에서 붙었을 땐 희림이 이겼는데, 희림의 설계안이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공모 결과는 무효가 됐습니다. 이에 조합이 재공모에 나섰는데 다른 업체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리턴 매치가 성사된 것입니다. 압구정 내에서 가장 입지가 좋고 규모도 큰 3구역이 이번에는 순조롭게 설계 업체를 뽑을 수 있을지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모에 나섰던 2구역과 4구역은 이미 설계 업체 선정까지 마쳤고 5구역도 순조롭게 설계 업체 공모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3구역 역시 내달 중순쯤 설계안을 공개하고 최대한 빨리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대신 공공 기여를 늘리는 현행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방식 재건축에 반대하며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채팅방에서는 설계 업체 선정을 두고 또다시 비방성 루머가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앞서 최초 공모 때부터 3구역은 잡음이 많았습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나오는 것은 흔한 풍경이지만, 사업비 규모가 적은 설계 업체 선정 단계부터 이런 비방전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3구역은 입지가 가장 좋고, 단지 규모도 제일 크고, 집값도 가장 비싸다”며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크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잡음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압구정3구역은 재건축 후 단지 규모가 5800가구로 압구정 2·4구역의 2~3배에 달합니다.
조합도 업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에 대비하고자 유명 건축가인 A교수를 총괄설계관리자로 영입했습니다. 유명 건축가의 명성을 활용해 조합원들 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A교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공모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엔 3구역을 둘러싼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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