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남아도는 쌀, 가공식품으로 돌파구 찾아야
수확을 앞두고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가을 들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올해도 풍년이지만, 마음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남아도는 쌀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 매년 20만t 이상 남아돌고 있다. 하지만 쌀은 우리나라 기후, 풍토 여건상 재배에 가장 적합한 작목이자 곡류 중 유일한 자급 품목으로, 농민 소득을 보장하는 주곡(主穀) 자리를 든든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생활 변화에 따라 주식인 밥 형태로 소비하기보다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소비를 늘려야 한다. 국내 소비뿐 아니라 수출을 확대해 시장을 넓혀야 한다. 최근 쌀과자, 쌀빵, 쌀음료, 막걸리, 떡류, 장류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선보이고 있다. 정부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개발한 신품종인 가루쌀이 새로운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가루쌀은 수확 직후 바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로, 빵과 면, 과자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라면 제조 시 밀가루 사용량의 20% 이내를 가루쌀로 대체해도 품질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를 라면 생산에 적용했을 경우 연간 7만7000t의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쌀 가공식품 수출은 올 8월 기준 1억3500만달러에 이르는 등 꾸준한 증가세다. 우리나라 쌀이 국제가격에 비해 비싼데도 불구하고 수출이 가능한 것은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게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루쌀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소비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게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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