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불리던 ‘명품 플랫폼’… 온라인몰 ‘셋방살이’ 신세 됐다
국내 3대 명품 온라인 플랫폼 중 하나인 ‘트렌비’는 지난 23일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명품 서비스(우아럭스) 코너에 판매자로 들어갔다. 11번가를 통해 중고 명품 5000여 종을 팔겠다는 것이다. 샤넬·구찌·루이비통·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를 갖춘 트렌비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명품 플랫폼 이용자 수 1·2위를 다투던 곳이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위 업체이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들의 이용자 끌어모으기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온라인 종합 시장’ 격인 이커머스 업체 한편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때 보복 소비 등으로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몸값이 치솟던 명품 플랫폼이 생존 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에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면서 명품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고객이 반 토막으로 줄었고, 수백억원대 영업 적자를 보고 있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의 ‘셋방살이’를 자처하는 신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체로 속속 입점
또다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 역시 지난 5월부터 CJ온스타일의 모바일 앱에 매장을 차렸다. CJ온스타일 앱 안에 ‘머스트잇 전문관’을 열고, 머스트잇이 보유한 상품 중 CJ온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골라 앱에 노출시켜주는 것이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은 지난 23일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업체 G마켓과 옥션에서 명품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2월 SSG닷컴에 공식 스토어를 연 것에 이어 G마켓과 옥션에도 자사 코너를 연 것이다. G마켓과 옥션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쿠폰과 홍보를 지원해 캐치패션 명품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G마켓과 옥션은 자사 간편 결제 서비스인 스마일페이를 통해 캐치패션 상품을 3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5% 즉시 할인(할인액 최대 3만원)을 적용해주고, 10~15%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매일 한 가지의 캐치패션 상품을 ‘특가딜’ 상품으로 선정해 G마켓과 옥션 플랫폼 상단에 노출해주는 등 홍보도 해준다.
◇적자 명품 플랫폼들의 고육지책
한때 백화점 명품 매장과 이커머스 업체를 위협할 만큼 성장하던 명품 플랫폼이 자존심을 굽히고 경쟁 업체에 입점하는 건 이용자가 올해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대 명품 플랫폼’으로 불리던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의 올해 1~9월 누적 이용자 수는 694만748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332만787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캐치패션도 올해 집계가 완료된 1~3월 이용자가 2만81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1300명)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실적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작년 발란은 전년보다 188억원 늘어난 3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머스트잇도 영업손실이 68억원 늘어난 168억원을 기록했다. 트렌비는 전년보다 적자 폭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207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명품 플랫폼 업체들에선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발란·트렌비·머스트잇 등 명품 플랫폼 3사가 합병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돼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로 했다는 것도 공공연하게 알려져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명품 매장을 가진 백화점들도 자체 온라인 명품관을 운영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늘면서 해외에서 직접 명품을 사오는 고객도 늘어나면서 온라인 명품 구매 수요가 줄어든 게 명품 플랫폼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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