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중동 신화’, 손자 정의선이 신사업으로 이어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정주영 선대 회장이 이뤘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선다. 중동은 정 선대 회장의 해외 개척 정신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지난 1976년 정 선대회장은 당시 한국 국가 예산의 25%에 달하는 9억3000만달러(1조24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 공사 수주 등 대형 인프라 건설을 통해 중동 붐을 이끌었다. 정 회장은 이번엔 건설뿐 아니라 전기차, 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으로도 확대해 ‘중동 신화’를 계승한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23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 네옴시티 주거 공간인 ‘더 라인’의 지하 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이곳에서 고속·화물 철도 운행용 터널 12.5km 구간을 시공 중이다. 그는 이날 “47년 전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 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겠다”며 “무엇보다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막이 아닌 산악 지역에 터널을 구축하는 것은 까다로운 공사로 꼽히지만, 현대건설은 첨단 건설 공법을 대거 적용해 2025년까지 공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수소 에너지 분야는 중동 신화의 새로운 주인공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 도시에 연간 5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CKD·반조립 제품)을 짓는다. 여기서 2026년부터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21일엔 에너지 업체 에어 프로덕츠 쿼트라 등과 수소 전기 버스 실증 사업 추진 등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 현지 업체에 인적 자원과 기술 서비스 등을 제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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