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넷플릭스 왜 봐? 여기선 무료로 전세계 채널 본다
넷플릭스가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이달부터 월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디즈니플러스, 훌루, 아마존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이 같은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을 향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인 ‘FAST’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FAST는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TV를 통해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회차를 골라 볼 수 있는 OTT와 달리 편성한 프로그램 순서에 따라 채널이 편성되는 불편은 있지만 기존 유료 방송이나 OTT처럼 월 요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성장이 정체된 글로벌 TV 업체들도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FAST 플랫폼 구축과 설루션 공급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미국 비지오, 중국 TCL과 샤오미 등이 모두 스마트TV에 자체 FAST 플랫폼을 탑재하며 수익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선 “교체 주기가 7~10년에 달하는 하드웨어 업체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으려고 FAST 같은 소프트웨어 시장을 늘려나가는 추세”라는 말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19년 2억달러(약 2700억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FAST 시장은 올해 63억달러까지 커졌고, 2027년에는 1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 LG, FAST가 새 먹거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FAST를 미래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모든 LG TV에 FAST 서비스 ‘LG채널’을 탑재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31국에서 채널 2900개를 서비스하고 있다. LG채널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지난해 7월 기준 2800만명이었던 가입자는 올해 5000만명으로 78% 늘었다. 아예 회사 측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할 정도이다. 삼성전자도 FAST 서비스 ‘삼성TV플러스’를 운영한다. 24국에서 삼성전자 TV 약 5억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TV를 만드는 가전 업체들이 콘텐츠 공급에 힘쓰고 있는 건 이 시장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나 콘텐츠 제공자들과 계약을 맺고 FAST에 프로그램을 추가해 주면서 광고 수익을 얻는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TV 시장이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FAST 같은 소프트웨어 영역 강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2억대 넘는 LG TV를 통해 FAST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무료로 보고, 광고주는 콘텐츠에 따라 이용자 타깃형 광고를 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주류 미디어로 주목받는 FAST
해외에서는 이미 FAST가 새로운 주류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기간 케이블TV, IPTV(인터넷 TV) 등 유료 방송을 해지하고 OTT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이 본격화했는데 최근 들어 주요 OTT 업체들이 속속 가격을 올리자 무료 서비스인 FAST를 찾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방송 콘텐츠 제작사들까지 FAST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TV에 앱 형태로 탑재하는 식이다. 비아컴CBS의 ‘플루토TV’, 싱클레어 ‘스티어’, 폭스 ‘투비’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미디어 데이터 분석 업체 ‘윕미디어’가 최근 미국 성인 2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30%는 “내년에 OTT 서비스를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 중 37%는 “향후 FAST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FAST의 인기가 커지자 일부 국가에서는 콘텐츠 규제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최근 영국 정부는 FAST도 유료 방송, 지상파 등 전통 미디어처럼 영국방송통합규제기구(오프콤)의 감독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국내 10가구 중 7가구가 스마트TV를 이용하는데 플루토TV, 삼성TV플러스, LG채널 등 심의를 거치지 않는 900개 이상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며 “아동과 같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콘텐츠 심의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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