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인텔 왕국’ 저무나… 엔비디아가 PC칩 넘본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10.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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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호환’ PC칩 개발붐

1978년 x86 아키텍처(설계 방식)를 처음 도입하며 40년 넘게 컴퓨터의 두뇌 격인 중앙 처리 장치(CPU) 시장을 장악해온 미국 인텔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PC 시대가 저물고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면서 스마트폰과 호환이 어려운 PC 전용 설계 방식이 점차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와 AMD가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데스크톱·노트북 등에 탑재할 수 있는 PC 칩 개발에 나섰다. 전통적인 인텔의 x86 설계 방식이 아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 강자인 영국 ARM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전 세계 99% 스마트폰이 ARM 기반 AP를 사용하는 만큼, 대부분 스마트폰과 기능이 호환되는 PC 칩을 만들어 인텔의 아성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맥에 위협 느낀 윈도, ‘탈인텔’ 노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23일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인텔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6% 떨어진 33.85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3.84%, ARM은 4.89% 급등했다. 그만큼 시장이 ARM과 엔비디아의 결합이 인텔에 위협적이라고 본 것이다.

엔비디아·AMD PC 칩 개발의 가장 큰 우군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꼽힌다. PC 운영 체제(OS) 시장의 맹주였던 MS는 최근 애플의 급성장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애플은 지난 2020년 맥 시리즈에 ARM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M1′ 칩을 탑재하기 시작하며 시장점유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PC 시장에서 맥 운영 체제 점유율은 M1 칩 등장 3년 만에 2배 급증했다. 전력 소비가 심한 x86 설계 대신 저전력·저발열 특성과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와의 호환성을 극대화한 ARM 기반 PC 칩을 개발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인텔과 수십 년간 ‘CPU 동맹’을 맺어온 MS의 윈도 PC·노트북은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이 제한적이다. 윈도는 아이폰의 OS인 iOS와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기기와 호환성을 높여왔지만, x86 기반 PC 제품과 ARM 기반 안드로이드 기기 간 칩 설계 방식 차이로 인한 제한 사항이 많았다. 반도체 제품들은 설계 방식에 따라 연산을 진행시키는 명령어 구조가 아예 다르다.

이 때문에 MS는 스마트폰 AP 강자 퀄컴과 손잡고 ARM 기반 PC 칩 개발에 나섰다. 퀄컴은 24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건 테크 서밋 2023′에서 애플의 M 칩 시리즈에 대항할 PC 칩 ‘스냅드래건X’를 공개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MS는 엔비디아·AMD까지 끌어들여 애플에 대항하는 ARM 기반 PC 칩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업체에 칩 생산을 독려하며 생산 단가를 낮추고, 더 빠르게 인텔 CPU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애플의 진격과 MS의 전략 변화로 노트북 기준 인텔의 x86 기반 CPU 점유율은 올해 68%에서 2027년 60%로 떨어지는 반면, ARM 기반 PC 칩의 비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25.3%로 성장할 전망이다.

◇핵심 사업 타격 불가피한 인텔

인텔은 지난 2분기 매출 129억달러를 기록했는데, 그중 PC용 칩 부문 매출이 68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52.7%를 차지했다.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파운드리 등 다양한 신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의 핵심 수입원은 CPU라는 것이다. 하지만 x86 기반 CPU 시장에서 AMD의 추격에 점유율 감소를 겪는 가운데 새롭게 나타난 ARM 기반 PC 칩에도 시장을 내어주는 처지가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파운드리와 같은 신사업을 회사의 미래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것도 핵심 사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x86과 ARM

x86은 흔히 ‘386’·‘486’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방식.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ARM의 설계 방식으로 만든 PC칩은 전력 소비가 적고, 모바일과 호환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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