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우리 인형극, 비주류 예술 만세
케이팝이나 K-드라마 외에 점차 다른 우리 예술도 많은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바로 인형극도 그런 장르가 아닌가 싶다. 지난 9월 프랑스 샤를르빌에서 국제인형극축제가 열렸고, 이 축제에 ‘코리아 포커스’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인형극 작품 4편이 공식 초청받아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샤를르빌 축제는 전 세계 인형극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고 규모가 큰 축제다. 공식 초청 공연뿐 아니라 다수의 한국 인형극팀들이 프린지 공연에도 참여해 현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많은 관객들이 우리 인형극의 우수성을 경험한 것이다.
연극 예술은 인간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모방하고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그런데 인형극은 그런 모방하는 인간을 다시 인형으로 모방하기 때문에 더 ‘연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연극 예술의 지평을 한층 더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인형극은 역사가 아주 오래된 전통예술일 뿐만 아니라 영상, 오브제, 설치예술, 애니메이션, 그리고 요즘 아주 핫한 인공지능(AI)과도 잘 결합될 수 있는 매우 현대적인 예술이다. 원초적이고 아주 첨단적인 예술이 될 수 있는 장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인형극 하면 과거 ‘모여라 꿈동산’이나 ‘텔레토비’ 같은 어린이용 인형극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인형극은 어린이만이 아닌 남녀노소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공연예술 장르이고, 무엇보다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예술이다. 영국 국립극장이 공연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워호스(War Horse)’ 공연도 그렇고 작년 영국 올리비에상을 석권한 ‘라이프오브파이(Life of Pi)’ 공연은 인형극은 아니지만 인형의 활용이 극의 핵심인 작품이다. 그래서 라이프오브파이에서는 배우가 아닌 호랑이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 조정자(Puppeteer)들이 조연배우상을 받기도 했다. 또 요즘 인형극은 어린이·청소년 공연축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거리예술축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장르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형 예술 자체가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는 인형극 전용극장이 있어 상시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반면 우리 수도권에는 그런 전용극장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리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조종기술이 필요한 인형 예술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형극인들이 힘을 합해 2025년 4년에 한 번 열리는 유니마(UNIMA) 세계 총회를 유치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세계 인형극인과 인형극 단체들의 네트워크 조직인 유니마는 90여개국이 가입한 가장 오래된 공연예술 국제조직으로, 우리가 인형극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퀘벡을 꺾고 압도적 표차로 승리해 총회와 축제를 유치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샤를르빌에서의 ‘코리아포커스’까지, 한마디로 비주류 예술의 반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중앙정부나 수도권 자치단체가 응답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 유니마 총회 및 축제 개최를 계기로 ‘인형극 전문창작센터’나 전문교육기관 설립 등 그야말로 물 들어 왔을 때 노를 힘껏 저을 수 있는 지원정책이 시급하다. 그동안 소외됐던 예술 장르가 우리의 미래 예술을 선도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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