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무너진 교권, 죽어야 바뀌는 법

경기일보 2023. 10.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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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대한민국 공교육이 무너졌다. 교사에게 막말을 하고, 심지어 폭행에 성희롱까지 일삼는 학생들을 보는 건 더는 놀랄 일이 아니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들의 맹목적 자식사랑까지 더해지면, 그 전투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반면 교사들은 공인이라는 신분상 약자의 지위에서 이를 감내해야 한다. 전인교육을 위해 쓴소리 한번 했다가 임자 잘못 만나는 날엔, 각종 악성민원에 여기저기 불러다니며 소명까지 해야 한다.

여기에 보신주의로 가득한 학교관리자와 교육청 담당자까지 버티고 있다면, 싸울 의지조차 잃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교사가 되고 난 뒤 명퇴 신청할 날만 기다린다”는 일선 교사들의 푸념은 애처롭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선출직 정치인들과 교육감들은 늘상 학생인권을 강조했고, 그때마다 교사들은 마치 학생들을 탄압하는 절대적 권력자로 취급되며 교권은 한없이 추락했다. 교권을 제한하는 것이 곧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의 결과다. 이미 시대가 변해 학생들과 학부모가 학교교육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고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것이다.

특히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불거진 교권추락의 민낯에 세상은 경악했다. 여기에 2년 전 세상을 떠난 의정부 호원초의 이영승 교사의 경우 애초 단순 추락사로 보고됐지만, 실상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악성민원이 그 원인이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리고 이는 ‘교권보호 4법’이 일사천리 국회를 통과되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초·중등교육법 등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교육부가 배포한 고시 해설서에서 ‘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경우 면학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교원이 지도할 수 있다’며 친절히 예시까지 들고 있다고 하니, 이토록 뻔한 규정을 왜 이제야 법제화했는지 황망할 뿐이다.

물론 어디까지를 ‘정당한’ 생활지도로 볼수 있을지를 두고 벌어질 법적 분쟁은 덤이다.

근본적으로 교사의 지위가 학생들과 학부모에 비해 열위인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교권보호란 말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과연 ‘교권보호 4법’이 교권회복의 실질적 교두보가 될지, 아니면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땜질처방에 머물지 정치권과 교육계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소중한 목숨을 잃고 나서야 허겁지겁 법을 만드는 작금의 현실이 더욱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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