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 럼피스킨병 확산세, 가축전염병 ‘사후약방문’ 대응 안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잇따라 발생해 비상이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충남 서산시 축산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된 이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위기 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발병 지역의 축산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이동중지명령을 내리며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24일 오후 3시 현재 전체 확진 사례는 27건이다. 살처분된 소는 모두 1천600여마리다. 소 럼피스킨병은 구제역만큼 전파가 빠르다. 국내 농가 사육종들은 이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엄중한 상황이다.
경기·인천지역 한우농장과 젖소농장에서도 확진 사례와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에선 평택시 3건, 김포시 2건, 화성시 2건에 이어 수원시에서도 발생했다. 인천 강화군의 농장도 감염됐다.
럼피스킨병은 모기나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며, 피부에 혹덩어리 등이 생기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감염된 소는 40도 이상의 고열과 눈물, 콧물, 침을 흘리며 식욕부진, 쇠약으로 우유 생산량이 급감한다. 암소는 유산, 수소는 불임이 나타난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소 200만마리가 럼피스킨병에 감염돼 15만마리가 폐사했다.
우리도 럼피스킨병이 확산되면 수천, 수만마리의 소를 살처분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전국 농장에서 당분간 럼피스킨병 발생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방역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에 한·육우 및 젖소농장이 총 9천247곳 소재한다. 안성시가 농가 수 1천525곳에 10만2천893마리로 가장 많다. 이어 화성(1천12곳), 양평(992곳), 포천(751곳) 등이다. 축산농가들은 럼피스킨병 확산에 걱정이 크다. 치솟는 사료값과 인건비에 시름이 깊은 축산농가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럼피스킨병 백신을 차질 없이 확보해 빠른 시일 내 접종을 완료하고, 방제를 강화해야 한다.
매년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럼피스킨병까지 가세했다. 기후 변화 탓도 있지만 밀집된 사육환경도 원인이다. 살처분 및 농가 보상 비용으로 방역예산 대부분이 집행되는 구조도 문제다. 예방적 대응체계 작동이 어렵다. 가축전염병 대응을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안 된다. 감염 확산 방지와 선제 대응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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