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문턱 '인요한 혁신위'…정치력 시험대

김주훈 2023. 10.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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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선 완료될듯…'계파 분배' 쇄신 향방 결정 전망
당 안팎서 쏟아지는 쇄신 요구…수용·조율이 관건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국민의힘 살아날까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기현 대표와 면담을 나누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체질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당으로부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표현할 만큼 전권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느 정도 쇄신을 이룰 수 있을지 시험대 위에 놓인 상황이다. 당내에선 기대를 표하며 여러 쇄신 요구를 보내고 있지만, 당 사정에 밝지 않은 원외 인사라는 평가 탓에 제대로 된 쇄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인 위원장에 따르면, 혁신위 인선은 이르면 오는 26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선을 비롯해 위원회 운영 등 사안에 대해 "시간을 달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2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 몸을 담았던 만큼 '새로운 일'에 속하는 혁신위 운영에 대해선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당 체질 개선을 위해 '통합'에 방점을 찍은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면서 쇄신 수위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기초를 잘 만들어야 하고 기초를 다지는데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며 "당을 위한 기초 더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지면서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통합' 정신을 강조하며 당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뭐든 다 내려놓고 통합해야 한다"며 이번 인선에 비윤(비윤석열)계를 비롯해 다양한 인사가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문제는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위원회 구성·활동 논의·안건·활동 기한 등 제반사항에 대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인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첫 등장부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인용하면서 당내 기대감과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도부가 밝힌 '전권'의 표현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 방향을 정하는 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공천 규정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희숙 전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표나 용산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굉장히 공정하고 단호한 룰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쇄신 요구가 공천 규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현재 당 주류인 친윤계 위주의 혁신위원이 아닌 '통합'에 초점을 둔 인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부터 대통령실과의 수평적 관계 구축 등 당 체질 변화를 위한 여러 쇄신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올바른 선거를 위해선 당과 정부 그리고 대통령과의 눈높이가 비슷해야 한다"며 "수직관계 식으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무게를 둔 행태는 더 이상 안 되고, 당이 주도적인 역할과 파트너로서의 인식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원외 인사라는 측면 때문에 예상치 못한 객관적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인 위원장에 대해 '할 말은 한다'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주도적인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책임감 있는 인사인 만큼 전권이 주어진다면 예상치 못한 무엇이라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원외 인사라 당내를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시간만 준다면 어떤 당내 인사를 앉혀 논란이 일어나는 것보다 긍정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인 위원장이 외부인사이자 정치적인 경험이 없다는 점을 들어 당 쇄신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참신한 인사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경험이 없는데 혁신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 친윤계의 불출마 등 민감한 부분을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구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이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전례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혁신위에서 혁신적인 안을 만들지도 국민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은 외부 인사라고 하지만 국민의힘에 속한 인물인 만큼, 당내 인사가 혁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충격적인 혁신안을 마련해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성격이 달라 지도부가 거부하면 아무런 혁신을 못 한다는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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