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2번 더 틀리면 3000억 날아간다"… USB 속 코인에 나타난 `구조대`
USB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현재 가치로 3000억원이 넘는 비트코인 7002개를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미국 남성에게 한 암호해독 스타트업이 구조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남성은 그 손을 잡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스타트업 언사이퍼드(Unciphered)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스위스 출신 암호화폐 기업가 스테판 토마스에게 2억3500만달러(한화 약 3167억원) 어치의 비트코인 7002개가 담긴 USB 드라이브의 암호를 풀어주겠다고 제의했다.
토마스는 또 다른 암호화폐 '리플'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2011년 초에 유튜브에 게시된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해 받은 대가에서 비트코인 7002개가 남았다. 당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6달러로, 만원이 채 안됐다.
그는 자신의 비트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 키를 '아이언 키'라는 암호기술이 적용된 USB 디지털 지갑에 넣어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언 키에 접근할 수 있는 패스워드를 잊어버리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토마스는 8번 서로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문제는 그에게 남은 기회가 딱 두 번밖에 없다는 것. 아이언 키는 비밀번호를 10번 잘못 입력하면 저장 내용을 암호화해 영영 접근할 수 없다.
그가 노심초사하며 보낸 지난 12년 동안 비트코인 가치는 고공행진해 지금은 총 가치 2억3500만달러 수준이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은 2021년 그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비트코인은 2021년 말 6만9000달러 정도까지 치솟아 국내 가격으론 8000만원을 넘겼다. 토마스의 보유가치는 5600억원가량까지 올라갔다.
토마스는 "매일매일 침대에 누워 패스워드가 무엇인지 떠올리려 했지만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아이언 키를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암호학자들이 비밀번호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구조 손길을 내민 곳은 암호해독 기술 스타트업 언사이퍼드다. 언사이퍼드는 암호 전문가와 화이트 해커들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토마스처럼 암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막대한 부를 잃을 위기에 있는 암호화폐 보유자들을 위해 암호해독 기술을 제공하는 게 사업모델이다. 이들은 지난 8개월간 특정 모델의 아이언키를 해독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 토마스에게 해독을 제안했다. 실제로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들에게 지난 9월말 특정 아이언키 모델로 암호화된 USB를 보내자 암호를 풀어냈다.
이들은 암호해독 기술의 원리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단 하루만에 암호화된 아이언키를 푸는 데 성공했다. 2011년에 나온 아이언키의 암호를 1000번 이상 해독했다는 게 언사이퍼드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와이어드에 공개한 시연에서 아이언키 3개의 잠금을 해제하는 데도 성공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자신을 '스미스'라고 소개한 언사이퍼드의 해커는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수많은 시도 끝에 암호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들은 레이저 절단기, 초고성능 현미경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비트코인 키가 담긴 칩을 꺼내고 분석하고 칩에서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등 온갖 기계·화학·전기전자·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그러나 언사이퍼드가 보여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토마스는 1년 전에 다른 암호해독 팀 두곳에 해독을 의뢰한 상태로, 그들에게 시간을 더 주고 싶다는 이유로 언사이퍼드의 제안을 거절했다. 남은 두번의 기회를 최대한 신중하게 활용하겠다는 게 토마스의 의지다.
한편 언사이퍼드의 해커 스미스는 와이어드에 "우리는 완전하고 입증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할 때까지 토마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토마스는 언사이퍼드가 해독에 대한 대가를 얘기하기도 전에 제안을 거절했다.
토마스는 와이어드에 보낸 이메일에서 "언사이퍼드의 제안을 거절한 게 맞다"면서 "이미 다른 전문가들과 일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사람과 협상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현재 작업 중인 팀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면 언사이퍼드에 하청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사이퍼드는 토마스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그들에게 일을 맡기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그러나 토마스는 3100억원이 넘는 돈이 걸려있음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2021년 토마스의 사연을 소개한 기사에서 토마스가 다른 암호화폐 벤처(리플)에서 거둔 성공 덕분에 이미 막대한 가치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암호를 잃어버리지 않은 안전한 상태의 비트코인이다.
한편 암호화폐 관련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암호나 저장장치 분실 등으로 인해 묶인 비트코인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1400억 달러에 달한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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