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어민이 먼저 발견…동해 NLL 경계 실패 논란

NLL 통과·민간어선 선제 신고
군·해경 감시태세 허점 도마 위
합참, 의심·추적 초동 대응 신속
소형 목선 레이더 미포착 해명

▲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새벽 북한 주민 4명이 승선한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앞바다까지 내려왔으나 우리 어선이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군(軍) 당국이 북한 선박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경계 실패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동해상의 ‘의심 선박’을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 등 감시장비로 포착하고 오전 5시 30분쯤 부터 작전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히며 경계 실패 논란 차단에 나섰다.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와 TOD로 포착된 해당 선박은 어선 신호가 없어 의심 선박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며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소형 북한 목선을 찾지 못했고, 이런 와중에 민간 어선이 북한 배를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 설명대로라면 초동 식별은 발빠르게 한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NLL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군과 해경의 해상·해안감시 태세는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군 당국은 오전 4시 이전부터 NLL 인근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포착하고 동해상에 초계기와 고속정을 보냈지만, 민간 어선이 신고할 때까지 해당 선박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목선이 발견된 속초 동쪽 해상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40∼50㎞ 떨어진 지점이다.

군은 이번 북한 목선 귀순과는 별개로 이른 새벽부터 NLL 인근에서 북한군 동향이 포착돼 동해상에 초계기와 함정을 파견해둔 상태였지만 목선 가까이로 이동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오전 6시30분쯤 열상감시장비에 목선의 형상이 식별되고, 7시10분 해경에 우리 어민 신고가 접수되면서 문제의 배가 북에서 내려온 목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날 해군은 “서해 NLL에는 섬이 많고 짧아 경계·감시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동해는 섬이 없고 NLL 길이가 400㎞가 넘어 북한 소형 목선이 넘어오는 것을 모두 잡아내기 힘들다”며 “더욱이 먼 바다에 있는 소형 목선은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고 바다에 소형 표적이 출몰할 때마다 군 자산을 파견하는 건 가능하지 않으며 전력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15일 어민 4명이 탄 북한 어선이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했고 인근에 있던 민간인이 112에 신고해 발견됐으며, 당시 군 당국은 이 어선의 동해 NLL 월선을 포착하지 못했다. 박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