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세일즈 외교' 부풀리기…이번엔 다를까
尹 방문 기간 '총 156억불' 추가 투자 협약 체결
MOU 구속력 없어…'제2 중동 붐' 신중론도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21조 원(15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약 290억 달러(40조 원)까지 합하면 정부 출범 2년 차에 총 61조 원가량의 '오일머니' 투자를 끌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중동 지역 맞춤형 '세일즈(경제) 외교'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업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던 역대 정부에 비춰볼 때 '성과 홍보'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기간 한국과 사우디 양국 기업 및 기관 등은 156억 달러 규모로 총 51건의 수출 수주 협약을 맺었다. 분야는 에너지·전력, 인프라·플랜트, 첨단산업·제조업, 신산업, 금융 협력 등으로 다양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주력해온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한 '세일즈 외교'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 기간에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하며 연일 친기업적인 행보로 130명의 동행 사절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를 향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에 있어 입찰에 참여 중인 우리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정상 간 공식오찬에는 이례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동석했다. 사우디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실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이벤트다. 윤 대통령은 다음 날인 23일에는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 회장과 함께 네옴 프로젝트 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가전략인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주거와 산업, 관광 등을 융복합한 첨단 도시를 건설한다는 사업이다. 이어진 '사우디 동행 경제인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경제 여건과 우리가 직면한 복합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일머니 잭팟'이라며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밝힌 51건 협약 중 MOU(양해각서)가 42건(전체의 82%)이다. 양해각서는 국가 간 외교 교섭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하거나, 계약 체결 후 후속조치를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합의다. 사실상 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해외 순방에서 양해각서 체결 수로 홍보만 했다가 실질적인 성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되풀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임기 동안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73건 체결했지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 11건 만 실제 사업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무리한 MOU와 계약 체결로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의 부채 원인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6년 5월 이란 국빈 방문 당시 371억 달러(당시 42조 원) 규모로 66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역대 최대 경제외교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권 의원에 따르면 2017년 11월 당시 산업부 소관 18건 중 3건은 취소되고 15건은 본계약 추진이 불명확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에 83억 달러 규모인 10건의 MOU를 체결했지만 다수의 건이 현재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의 '세일즈 외교'와는 다르다는 분위기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22일 현지 브리핑에서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지난해 약속한) 290억 달러 중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43년 만에 채택된 양국 간 공동성명도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분과위원회의 기능과 공동 협력 사업의 효과적인 조정 및 활성화를 위해 '전략파트너십 위원회'의 목적과 임무, 협력 범위 등을 명시했다. 공동성명에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와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중심으로 양국 정상의 국빈 방문 계기에 달성한 계약, MOU 등 경제협력 성과 이행을 지원한다"는 문구도 담았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일성, 이승만 70만軍 지원했다"...뉴라이트 안병직 발언 '파문'
- [2023 TMA] '멤버이자 친구'…에이티즈-정우영 '놀라운 인연' (영상)
- '사면초가' GS건설, 오너家 허윤홍 긴급 수혈…책임경영 앞장설까
- 역대 대통령 '세일즈 외교' 부풀리기…이번엔 다를까
- [2023 국감] '해병 사건 공방'...與 "단장 책임" vs 野 "수사 외압"
- 다시 돌아온 도세호 대표…SPC 비알코리아 재도약 시킬까
- '마약 의혹→유흥업소' 이선균, '나의 아저씨'의 끝없는 추락[TF이슈]
- 청년 고민은 청년이 잘 알죠…서울형 '당사자 참여주의' 4년
- [오늘의 날씨] 구름 많다가 차차 맑아져…남부 큰 일교차
- 이석준 '낙하산' 논란 ing…농협금융 깜깜이 경영 승계 시스템에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