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김재명]MZ세대 국가대표의 달라진 세리머니
MZ 선수들은 사진 찍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예전에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어색해 어찌할 줄 모르거나 카메라 앞에 서면 금세 표정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요즘 국가대표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수상한 메달을 인스타그램 등에 공개할 정도다. 또 사진기자들의 요청이 없어도 큰절을 하거나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에 선수들의 경기 장면 못지않게 세리머니도 중요한 취재 일정이 됐다. 정형화된 순서에 따라 진행됐던 시상식은 단순히 메달과 꽃을 받는 것이 전부가 아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삐약이’로 유명한 탁구 신유빈 선수는 “후회 없는 경기를 만들고, 그 과정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게 우선이며, 그런 다음 받아든 결과물이 메달이면 다 좋다”고 했다. 물론 경기에서 이길 경우 보여줄 퍼포먼스를 생각했다고 한다. 대회 초반 혼성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임종훈 선수에게 “언제 아시안게임 시상대 위에 오르겠냐”고 하며 ‘볼 하트’ 장면을 만들었다고 했다. 목표를 달성한 다음 인터뷰에서는 “메달 색을 바꿔 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말처럼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을 꺾고는 전지희 선수와 시상대 위에서 응원해 준 국민들을 향해 ‘사랑의 큐피드 화살’을 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무릎 부상을 입고 끝까지 경기를 펼친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주먹 세리머니는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힘들면 포기하라”는 부모의 외침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안세영은 승리를 확정 지은 후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나 한국 응원단을 향해 두 주먹을 쥐고 포효했다. 경기를 마친 뒤 찾아온 통증 때문에 다리를 절면서도 시상대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실점할 때면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혼잣말을 하면서 경기를 이어갔다. 이러한 고통과 위기를 이겨낸 안세영이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힘들고 지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선수는 높이뛰기 결선에서 관중의 박수와 함성을 유도했다. ‘바’를 넘은 뒤에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우상혁은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엄지척’을 하는 등 응원해 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시상대에서는 메달을 깨물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금메달을 딴 무타즈 바르심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간이다. 이를 위해 오랫동안 목표를 가지고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임했고, 경기에서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낸 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한다. 고생한 자신에게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값어치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이고, 경기를 마친 뒤 세리머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또 어떤 장면을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재명 사진부 차장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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