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더 오래 하려면[직업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임금이 줄어도 행복하다는 흥미로운 사례가 최근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이 간호사 중 신청을 받아 주 4일제 근무를 하되 임금을 10% 삭감하는 시도를 했고, 중간 점검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등 번아웃 관련 반응은 대폭 줄었고 행복도와 일+과 삶의 균형은 대폭 올랐다. ‘의료 안전사고 위험성’은 줄고, ‘이용자 친절도’는 증가하고 있다고 나왔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식당 ‘로커스트’는 ‘푸드앤드와인’지의 2022년 올해의 식당으로, 뉴욕타임스의 2022년 가장 핫한 50군데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아일랜드 출신 셰프 트레버 모런이 리드하는 이곳의 유명한 메뉴 중 하나는 놀랍게도 만두다.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중서부 10개 도시를 방문하며 수많은 식당에 들렀는데, 로커스트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맛있는 음식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고, 그 에너지가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자료를 찾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왜 행복하게 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예약하기 힘든 이 식당은 돈을 더 벌 수 있어도 일주일에 금·토·일요일 딱 3일만 문을 연다. 그나마 개장날에도 점심 2시간, 저녁 3시간 반, 총 5시간 반만 문을 연다. 3일은 쉬고, 하루는 문 닫고 준비작업을 한다. 당장 올릴 수 있는 매출보다 자신들이 하는 요리와 서비스라는 일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져가는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이 식당은 좌석이 36개로 단출하며 이를 더 늘릴 생각도 없다고 한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 대다수가 셰프라는 점이다. 모든 고객에게 셰프가 직접 서빙을 하고, 설명을 하고, 계산도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이라는 점도 다르다.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셰프는 노동량이 많은 직종이다. 트레버 모런은 식당이 일주일에 6일 동안 그것도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몇 주 동안 식당문을 닫고 음식 탐구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일주일에 3일 쉬는 이곳의 직원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그래서 이 식당은 계속해서 창의적인 메뉴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취미처럼 재미있다고 한 직원은 말했다.
위의 사례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첫째, 단지 많이 쉬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쉰다고 더 동기가 부여되고, 일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좋아해서 하는 일도 업무량이 지나치면 행복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의미를 느끼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적정한 강도로 할 때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로커스트는 좋아하는 일을 창의적으로 오래 하기 위한 업무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실험은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간호사 일을 더 잘하고 더 오래 지속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양이 중요한 일들은 빠르게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일하는 장소와 시간은 이미 유연해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개인,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정책과 환경을 만들어 가는 조직이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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