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이태원 참사 1주기… 우리 사회 문제없나
국민 안전 시스템 전반 즉시 제대로 고쳐야
15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1년을 눈앞에 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인파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단위면적당 인원수를 실시간으로 측정한 후 위험단계별로 지자체 재난안전상황실, 소방, 경찰 등에 상황을 자동 전파하는 ‘지능형 인파 카운팅 시스템’을 가동한다. 대전시도 인파 감지 폐쇄회로(CC)TV를 가동하여 ㎡당 일정 이상 사람이 모이면 알려 주는 ‘선별관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시청, 구청, 경찰, 소방 등 안전담당자로 전담 팀까지 꾸린다. 광주광역시는 스마트폰 통신 데이터를 통해 핼러윈 행사와 같은 축제 참여 인원을 분석하는 ‘실시간 인파 관리 서비스’를 이달 초부터 시범 운용한다.
적어도 안전 분야는 절차를 간소화해서 관련 법이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가장 잘하는 ‘빨리빨리’ 문화를 도입해서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자.
이태원 참사 당시 문제로 지적되었던 불법 증축물은 어떠한가? 이태원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이태원 일대에는 여전히 불법 증축물이 다량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 이후 지금까지 적발한 불법 증축물이 약 300건에 달한다고 한다. 단속을 강화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 증축물을 지어 놓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증축물로 가게를 확장해 손님을 늘리는 것이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것보다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시정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행강제금을 최대 4배까지 올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 1월 입법예고 하였으나 서울시의회의 국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에 따라 제동이 걸려 있다. 서울시의회는 당장 눈앞의 ‘표’만 쫓고 국민의 안전은 내팽개칠 것인가? 이행강제금을 과도하리만큼 즉시 높여서 불법 증축물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일부 상인 반발이 있더라도 당장이라도 영업을 정지시키고 불법 증축물에 대한 강제 철거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우리 대한민국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주최자가 없는 지역 축제의 관리는 어떠한가? 참사 후 1년이 다 된 지난달 20일 주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의 경우에도 지자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 뒤늦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겨우 통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본회의 통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빨리빨리’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뭐든지 빠르다. 빨라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안전 분야에서도 이 ‘빨리빨리’ 문화가 제대로 작동하길 바란다.
소 잃고라도 즉시 외양간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대충 고치자는 말은 아니다. 즉시 고치되 제대로 고치자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의 안전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에 부응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높은 기대에 ‘빨리빨리’ 응답하길 바란다. 국민 편의가 우선인가? 국민 안전이 우선인가?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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