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YTN 지분 매각과정 의혹 국정조사 검토"
26년 만에 민간자본 대주주
한전KDN의 주식보유 의사 반려
마사회 지분과 일괄 매각 결정 등
정부·대통령실 유무형 압박 의혹
최종관문 '최다액출자자 변경심사'
요식행위로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
1년 넘게 숱한 잡음과 논란 속에 진행돼 온 공공기관의 YTN 지분매각이 23일 유진그룹의 낙찰로 1라운드를 마무리 지었다. 이제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분매각을 최종 의결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만을 남겨놓게 된다.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분 취득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변경승인 신청을 해야 하며, 방통위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승인심사를 하고 60일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한전정보네트워크(현 한전KDN)가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으로부터 YTN 주식 30%를 사들이며 대주주가 된 지 26년 만에, 그것도 민간자본으로 대주주가 바뀌는 일대 변화를 YTN은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넘어서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분매각 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이 대표적이다. YTN 지분매각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한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에 따라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애초 한전KDN의 ‘지분 유지’ 의사를 반려해 사실상 매각을 강제한 것부터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매각 주관사로 각각 선정되고, 두 기관의 지분을 묶어서 파는 ‘공동매각’ 방식으로 결정된 일련의 과정들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 사전 동의 없이 마사회와 공동 계약을 맺은 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크고, 한전KDN은 자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매수자에게 안정적인 경영권을 선사해 주기 위한 방향으로 (공동)매각을 추진해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도 국정조사 필요성이 거론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YTN 매각 전 과정이 온통 의혹투성이”라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도전문채널 대주주로서 적격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내사 무마를 대가로 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1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며, 이 때문에 10년간 운영을 맡아왔던 복권사업 민간수탁자 선정에서도 탈락한 바 있다. 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은 지난 2월 노조 활동 방해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23일 낸 성명에서 “이러한 유진그룹의 행태를 볼 때 YTN이 노사 합의로 운영 중인 각종 공정방송제도와 장치들을 파괴하려는 책동이 본격화될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은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런 기업에 YTN의 운명과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실상 ‘최종 관문’인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최초 승인심사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를 강조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YTN 매각은 단순히 최대주주 변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2011년 MBN이 (보도채널에서) 종합편성채널로 전환한 이후 공적 소유로만 허용해온 보도전문채널을 민간소유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아놓은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가 기존의 공적 소유인 YTN을 인수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다. 이런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2010년 신규 보도채널 사업자 심사와 같이 최초 진입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사 과정에서 YTN 구성원들의 참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대주주는 YTN 노사가 이미 단체협약 등을 통해 실시하고 있는 여러 공정방송 제도들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제출하고, 방통위는 노조의 의견을 청취한 뒤 대주주의 서약을 받아서 이것을 변경승인 조건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공정방송 제도를 지키기 위한 질긴 투쟁을 예고했다. 고한석 지부장은 “YTN은 외환위기 때 한 번 망했다. 그때 선배들이 임금을 반납했고, 그 임금 채권이 종잣돈이 되고 국민 세금이 투입돼서 YTN이 살아났다. 그렇게 지금까지 온 YTN인데 이런 식으로 자본에 넘길 수 없다”면서 “YTN 구성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영방송 제도를 지키는 싸움을 끝까지 할 것이고, 어떤 자본이 들어와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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