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방·고시원 전전하는 암 환자들…‘의료상경’ 해결책 있다는데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10. 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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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71만명, 서울 빅5 대형병원 ‘원정진료’
지역간 의료격차 완화가 해법이지만 요원해
당장 치료중 주거문제 해결 안돼 전전긍긍
케어닥, 환자 주거공간 ‘케어스테이’ 서비스
환자관리·단기숙박 해법됐지만 30개실 불과
서울 강남구 고속철도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경 뒤 서울 강남 일대 대형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기자]
지방에서 서울로 의료 원정을 오는 환자들이 늘면서 이들의 임시 거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길게는 수개월간 타지살이를 해야하는데 마땅한 주거 공간이 없어 고시원, 모텔 등 쪽방을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 수 확대를 비롯한 지방의료 인프라 개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에 전적으로 매달리기 보단 당장의 치료와 회복에 환자들이 전념할 수 있도록 주거 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소위 ‘빅5’라 불리는 의료기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세브란스·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약 71만명이다. 2013년 50만여명에서 43%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남, 경북, 강원, 충북, 경남 순으로 지방환자들의 상경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쏠림 현상의 원인이 지역 간 의료 격차에 있다고 보고 장기간에 걸쳐 지방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의료계의 큰 화두인 의대 증원 문제도 십수년 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주거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치료기간이 수개월 걸리는 경우가 많고 병원의 병상이 부족한 데다 입원 기한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의 환자들이 병원 주변을 전전하고 있다. 상경 환자들의 경우 경증보단 중증이 많고 대부분 고령층이라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선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필수지만 환자들의 치료 일정에 맞게 단기간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어닥의 ‘케어스테이’ 숙소. [사진 출처=케어닥]
이런 수요에 대응해 등장한 것이 ‘생활형 숙박시설’의 한 형태인 ‘케어스테이’다. 시니어 토털 케어 스타트업인 ‘케어닥’은 통원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병원 인근에 머물며 회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케어스테이를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케어스테이는 원룸, 복층형 원룸, 투룸 등의 형태로 구성돼있다. 세탁기, TV 등의 필수 가전을 갖췄을 뿐 아니라 보호자가 함께 거주할 수 있고 간호사의 건강상담 및 증상 관리, 식사 연계, 방문 청소, 병원 동행 등의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케어스테이에서 실제 통원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이같은 주거시설이 더욱 확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단기 숙박과 환자 관리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는 케어스테이가 유일한데 이용 가능한 객실은 30개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일찍이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정부 보조금 등을 활용해 연간 132만명가량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상태”라며 “환자들이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본격적으로 확충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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