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안 등 진정성 보여야… 정치인 언행에도 엄격한 잣대 필요” [여야 ‘신사협정’ 합의]

최우석 2023. 10.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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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고성·손피켓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이번 여야 신사협정을 늦었지만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예년보다 한두 달 빠를 뿐 총선에서 중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국감장에서 고성을 안 지른다고 갈등이 사라진다고 할 순 없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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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늦었지만 의미 있는 조치” 평가 속
“정치인 자각·반성이 근본 해결책”

전문가들은 ‘고성·손피켓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이번 여야 신사협정을 늦었지만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마음으로 여야가 이번 합의의 싹을 잘 키워가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다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깜짝 쇼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4일 통화에서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며 “2014년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물리적 충돌은 줄었지만 진영 간의 대립이 심해지다 보니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앞장서서 그걸 부추기는 폭언 등의 행태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전예현 정치평론가도 “여야가 토론해야 하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고성이나 피켓 때문에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회의가 파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걸 없애는 건 의미가 있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시작한 정쟁 현수막 철거 등에 진정성이 있다기보단 여야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쇄신’일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예년보다 한두 달 빠를 뿐 총선에서 중도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국감장에서 고성을 안 지른다고 갈등이 사라진다고 할 순 없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시적인 쇄신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 교수는 “국회 내에서의 언어적인 폭력과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징계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의원들의 징계안을 심의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외부 전문가 의견에 상당한 구속력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막말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통한 정쟁을 정치인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일이 제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미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회의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의원을 퇴장시키고, 윤리특위를 거쳐 모욕성 발언을 한 의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조항이 작동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의원들의 언행에 엄격한 잣대를 대는 정치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인들 스스로 본인들의 행태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고 거기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야권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장은 “당장 법과 제도만 고쳐서 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민주적인 소양과 자질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석·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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