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운이죠” 공룡들 35세 타격왕의 ‘야구 샤머니즘’…득도했나, 내려놔서 더 무섭다[준PO]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가 원래 그런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NC 다이노스 타격왕(0.339) 손아섭(35)은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교타자다.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손아섭의 모습을 보면 마치 야구에 해탈한 사람같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야구 샤머니즘’을 어느 정도 믿는다.
손아섭은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을 앞두고 도파민 얘기를 꺼냈다. 신체를 각성 및 흥분시키는 물질으로서, 적당히 분배되면 경기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나와있다. 손아섭은 “실제로 도파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라고 했다.
손아섭은 데뷔 16년간 우승도 없었고, 타격왕도 처음이었다. 15~16년간 치열하게 야구해보니, 결국 야구는 운으로 갈린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아무리 잘 쳐도 상대가 더 잘 치면 못 이긴다”라는 얘기다. ‘바빕신’을 절대적으로 믿는 선수다. 실제 타격은, 너무 잘 맞으면 야수에게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이나 야구는 야구다. 손아섭은 어느 정도 내려놔야 야구가 잘 된다는 생각이다. 23일 SSG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야구는 운이 중요하다. 내가 누구에게 통산전적이 좋아도 의미 없다. 그보다 당일 컨디션과 운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단, 여기서 손아섭은 확실하게 한 게 있다. “운의 영향이 크지만, 운을 기다리면 안 된다. 운을 만들려면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손아섭은 2022년 극심한 부진 이후 미국 LA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발사각, 스윙궤도 등 자신의 타격철학을 전면 조정했다. 올 시즌 타격왕이 운이라고 한다면, 손아섭에게 엄청난 실례다.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고, 최선을 다했기에 할 수 있는 ‘운 드립’이다.
한편으로 손아섭은 단기전 경험이 거의 없는 NC 선수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게 경기력이 안 나오는 원인이 되고, 애당초 운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운에 맡기자는 얘기다.
손아섭은 “아쉬운 플레이가 나올 때도 있다. 그래도 고참인 내가 뭐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럴수록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고 여유 있게 반응해야 한다. 단기전은 전쟁 같은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주눅들면 안 된다. 긴장을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했다.
지금까진 손아섭의 뜻대로 잘 되고 있다. NC는 에이스 에릭 페디 없이 포스트시즌 3연승을 질주 중이다. 김형준, 서호철, 김주원 등 젊은 타자들의 겁 없는 활약이 돋보인다. 손아섭은 이들의 활약이 흐뭇하다.
손아섭은 “정규시즌처럼 놀아보자고 했다. 도파민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매일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물론 손아섭 역시 나쁘지 않다.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 합계 13타수 4안타 1타점 3득점이다. 그는 “단기전은 내가 잘 쳐도 팀이 지면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못 쳐도 팀이 이기면 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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