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위니아 부도가 불러일으킬 파장[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기자 2023. 10. 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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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와 에어컨으로 친숙한 기업 위니아가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났다. 딤채라는 브랜드로 김치냉장고를 처음 대중화시킨 기업이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불황의 늪을 피할 수는 없었나 보다.

2022년 기준으로 위니아는 연 매출액 5668억원, 자산총계 5160억원으로 중견기업급 규모다. 단, 부채가 4833억원으로 많은 편이라 자본 규모는 327억원에 불과하다. 부채 중 차입금이 2224억원이나 되는데 보유한 현금이 219억원에 불과해서 이익을 잘 내야만 하는 기업인데 그렇지 못했다. 2022년에 73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도 반기까지 47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해서 결국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고 말았다.

순손실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매출 감소다. 2022년 반기까지 2343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위니아는 올해 반기 누적 기준으로 1286억원어치 판매하는 데 그쳤다. 매출이 전년도 동기보다 무려 45%나 감소했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까지 크게 감소했으니 운영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차입금을 쓰는데 조달금리가 무려 14%에 이르는 것도 있을 정도이다.

직원 수가 525명이나 되는 위니아의 어음 부도는 결국 연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회사의 존속이 불확실해진 상황이라 수많은 구성원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고 위니아의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 부분도 있고 모회사, 자회사로부터 연대보증이나 담보를 제공받은 것도 있어서 그룹사 전체의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회사의 부채 중에 매입채무나 미지급금 등 사업 관련 채무가 1500억원에 달한다. 즉 위니아에 소재, 부품, 장비 등을 납품했던 업체들까지 자금이 묶이게 되면서 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상대를 받지 못해서 현금이 돌지 않으니 줄도산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도 대출과 회사채 인수 등으로 2367억원 정도가 나갔는데 완전한 회수는 어려워 보인다.

내수 위주인 위니아의 올해 반기 매출액이 이렇게 급감한 것을 보면 경기가 정말 안 좋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부도나 부실화는 위니아 하나에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재무구조가 좋은 대기업이야 올 한 해 농사를 망쳐도 내년 이후에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견, 중소기업은 버는 돈이 없거나 줄어들면 재무구조가 금세 악화될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서 운영자금을 절감한다고 해도 다음에 만회하려면 결국 신제품 개발이나 시설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금리가 이렇게 높다 보니 돈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실적이 좋지 않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대기업들도 상반기에 채권발행을 하면서 7%대 금리로 조달을 받을 정도였기 때문에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중견, 중소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환율과 금리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유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이라 당장 경기가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도 물론이겠지만 수많은 중견, 중소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는 데 일조하는 중견, 중소기업들이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당국에서는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해당 기업만 부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협력사에도 악영향을 주고 일자리 또한 상당히 줄어서 지역 경제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동흠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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