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고용률 빠르게 회복…노동생산성은 저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실업률이 크게 낮아지는 고용 호조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대면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노동조건 유연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인데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둔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24일 발표한 ‘팬데믹과 실업률 하락(Job-rich recovery)’ 보고서를 보면 과거 경기회복기에 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진 반면,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기에는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4차례 경기회복기에 고용률이 3년간 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3.2%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서는 이처럼 고용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하락한 원인으로 대면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노동시간 감소, 노동조건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 노동 비축 등 4가지가 제시됐다.
먼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큰 타격을 받은 대면서비스업이 방역대책 해제 이후 빠르게 살아나면서 노동시장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면서비스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학력이나 기술 요건이 덜 엄격해 일자리를 채우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업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노동시간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결과적으로 취업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노동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 증가 수는 93만명으로 추정됐다. 또 노동조건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기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이 14.4%에 그쳤으나 2021~2022년에는 20%를 웃돌았다.
다만 고용 재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채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한 것은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 재조정은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서 높은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고 노동생산성이 나아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분석팀은 “산업 간 고용 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앞으로도 노동생산성 향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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