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ESG 아닌 경제다 ①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10. 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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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가 개장부터 2400선이 무너져 2375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400선을 내준 건 지난 3월21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코스닥 낙폭은 더 커 전날보다 1.89% 내린 769.2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8월부터 2500선과 2400선을 차례로 내주며 지난주(16~20일)에만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하락장을 이끈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 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었다.

당시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과열된 경제를 식히기 위해 긴축적인 금융 조건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곧바로 시장에는 긴축 장기화의 우려가 확산했고, 그 여파로 미국 국채 10년물은 한때 ‘연 5%’라는 기록적인 금리를 넘어섰다.

19일 일부 플랫폼을 시작으로 이틀 연속 미 국채 금리가 5%를 넘나들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86%, S&P500 지수는 1.26%, 나스닥 지수는 1.53% 각각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40 지수,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 역시 모두 나란히 1%대 하락을 기록했으며,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도 20일 전일 대비 1.61% 내렸다.

최근 증시를 지배하는 공포의 원인은 단순히 파월 의장의 발언 탓만은 아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도 큰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참전과 미국-이란의 대리전 가능성까지 우려될 정도로 점차 악화하고 있다.

불안한 중동 정세는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전 이틀 후인 지난 9일 오전 8시(현지시간)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으며, 지난주 18일엔 11월 인도분 WTI가 1.88% 오르면서 지난 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장기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각국의 기록적인 자연재해, 그리고 이달 들어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이어지며 삼중고(고금리·고유가·강달러)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EU) 발(發) 그린 딜과 탄소 중립 정책, 각종 환경 규제, 탄소 무역장벽, 금융 규제,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광풍이 경제에 직·간접적인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더군다나 각국의 탄소 중립 정책에 맞춰 진행 중인 ‘그린 대전환’에 미국 역시 변칙적으로 동참하면서 세계 경제와 산업은 예측하기 힘든 적자생존 상황에 들어서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 전기자동차와 반도체 등 핵심 미래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배터리 부품에 대한 제조와 조립, 그리고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명기돼 미래기술 전쟁에 불을 붙였다.

오는 2050년 유럽 대륙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EU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및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로드맵’(그린 딜) 역시 명분은 탄소 중립에 나서겠다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유럽의 경제·사회 상황을 타개하려는 부흥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약 23만1200명이고,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간 개인회생 신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만5244건이다.

또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이고, 이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잔액은 720조3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다중채무자 대출은 89조8000억원 늘어났고,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지난 2년간 우리 산업계가 자의 및 타의에 의해 거의 맹목적으로 쫓아가고 있는 ESG·탄소 중립·기후 대응 기조 아래에서 자칫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잃지 않을지, 또 국가 경제의 기본인 산업·서민경제 모두 쇠토되하 않을지 우려된다. 특히 다음 시대를 이끌 현재의 MZ 세대가 ‘잃어버린 20년’ 경제 아래 허덕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확실한 건 먹고사는 문제보다 앞서는 문제는 없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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