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주가’…버겁다, 한 잔도

정유미 기자 2023. 10. 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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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값 이어 소주값 인상도 ‘초읽기’
원료 주정 가격 평균 9.8% 인상
공병 단가도 병당 40원 상승
360㎖ 1병 출고가 84원 오를 듯
서울 음식점선 이미 6000원 선
정부, 업계에 “인상 자제” 요청
업계는 “원가 감내할 수준 넘어”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 가격 인상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 4월 국내 10개 제조사의 소주 원료 주정(에탄올)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소주병을 제조하는 공병 업체들도 지난 2월부터 가격을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2%가량 인상했다.

이후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대표적인 소주 가격이 들썩거렸지만 정부는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가격 인상을 보류한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는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소주의 경우 주종별 원부재료 가격 동향을 고려할 때 출고가 인상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 요청에 의해 한 차례 소주 출고가 인상을 보류했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연말 성수기에 눈치는 보이지만 미룰 경우 내년 총선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 요인이 확실한 소주 원가 상승분에 6개월간 보류분까지 합할 경우 1년6개월간 가격 동결로 인한 타격이 크다”면서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전기료 인상 등까지 더하면 소주 출고가를 최소 10% 이상은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주 가격이 최소 7%가량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럴 경우 1166원이던 360㎖ 소주 1병의 출고가는 1250원으로 84원 인상된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훨씬 더 뛴다. 제조사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인상된다고 해도 음식점과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000원 단위로 오르는 게 현실이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음식점에서는 이미 소주 1병당 5000~6000원, 맥주는 6000~8000원에 팔리고 있다. 생맥주 1잔(500㎖)도 국산은 6000~7000원, 외국산은 8000~9000원이나 된다. 조만간 소주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소주 1병당 7000원 시대가 온다는 것도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맥주 가격도 줄줄이 인상된다. 오비맥주가 지난 11일 카스와 한맥 등 맥주 출고가를 6.9% 인상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하이트와 롯데칠성의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란 뜻이다. 국내산 맥아 가격이 떨어진 만큼 맥주값 인상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산 맥주는 원재료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48% 이상 급등한 국제 시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 주장이다.

정부는 술값 담합 의혹을 ‘압박 카드’로 제시하면서도 지난 16일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 가격조정은 막기 어렵고, 출고가가 소폭 올랐지만 식당 등에서는 1000원씩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하이볼처럼 소맥을 잔술 메뉴로 판매하는 식당이 생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소주를 ‘잔술’로 파는 곳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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