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파트에 ‘그분’ 작품…빌리고 복제했어도 심의는 ‘유명무실’

김민아 2023. 10. 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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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정 아파트에 설치된 조각품들이 알고보니 그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회장 일가의 작품이었다는 소식, 어제(23일) 전해드렸습니다.

KBS가 좀 더 추적해 보니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복제한 듯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런 걸 살펴야 할 지자체의 사전 심의도 허술했습니다.

김민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건설사 회장과 남매 사이인 공 모 씨가 2018년 세종시와 강원도 원주시 아파트에 각각 설치한 작품입니다.

공 씨의 남편 조 모 씨가 올해 충북 청주시에 설치한 조각까지, 세 점이 모두 흡사합니다.

그런데 이 조각들, 2014년 김 모 씨의 작품을 빼다 박은 듯 닮았습니다.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장 :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규모, 재료나 이런 측면에서 저 정도면 거의 동일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

원작자인 김 씨는 대가를 받고 진행한 일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김○○/원작자/음성변조 : "제가 어필할 수 없는 어떤 건설현장이라든지 이런 쪽에는 또 이분(공씨)이 그걸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차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이익을 나눈다라든지..."]

다른 김 모 씨가 2015년 부산과 세종에 설치한 이 작품도, 5년 뒤 강원도 원주 아파트에 공 씨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날개를 형상화한 구도는 물론 제목까지 비슷합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작가들 작품 다섯 점이 공 씨와 남편 조 씨 이름으로 전국 여기저기에 아홉 점, 복제품처럼 설치됐습니다.

건설사 회장 일가인 공 씨 부부와 그 힘에 기댄 일부 작가들이 작품과 이름을 서로 빌려 이득을 나눈 구조입니다.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장 : "일부 관여한 사람들의 사적인 이익으로 되는 것이고요. 카르텔화되고 오작동한다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죠."]

공 씨 부부와 작가들은 미리 협의하고 공동 작업한 것이며 작품 명의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작품 설치 전에 거쳐야 하는 지자체 심의는 허술했습니다.

광역시도 별로 하다 보니 심의위원들은 같은 건설사가 다른 시도 아파트에 누구의 어떤 작품을 얼마나 설치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민복기/서울대 미술대학 교수/전 심의위원 : "유사해 보이는 작업(작품)을 지금까지 작가 이름으로 DB(유사성 정보)를 찾아왔기 때문에 (지자체 심의에서) 놓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학연이나 지연에 따른 편파 논란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래서, 건설사가 작품을 선택하고 심의를 거치는 대신 전면 공모제를 도입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는데 국회 논의는 여태 지지부진합니다.

KBS 뉴스 김민아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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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기자 (km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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