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성범죄자 ‘시설’로 몰아넣는다…‘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예고
[앵커]
논란이 커진 건 3년 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감옥에서 나왔을 때부터였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고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주민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이후에도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정부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경우 정부가 정한 시설에 살게 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성폭행 전과자에 의해 살해된 소녀의 이름 따 만든 미국의 '제시카법'을 우리식으로 바꿔 법을 만들겠다는 건데요.
먼저, 김지숙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미국 워싱턴주의 '맥닐 섬', 복역을 마쳤지만 재범 위험이 있는 성범죄자들이 사는 특별구금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1989년 발생한 아동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사건 후 만든 시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맥닐섬 같은 곳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을 오는 26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는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 살도록 거주지를 제한하겠단 겁니다.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했거나, 3차례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 받은 전자발찌 부착자.
보호관찰소장이 신청하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하는 게 절차입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적용 대상은) 그냥 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나쁜 놈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과연 구치소에서 10년, 15년 있었다고 해서 달라질까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가 되는 사람들인 것이죠."]
법무부는 당초 미국의 제시카법처럼 학교와 보육시설 500m 이내에는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 등에선 이런 기준으로는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거주지를 지정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택한 겁니다.
성범죄자 거주 시설을 만들 경우엔 인근 지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데, 법무부는 오랫 동안 충분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같이 한번 생각해 봐 주시죠. 우리의 선택지는 현행대로 방치하는 것과 여기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 이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겁니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에게 성충동 약물치료를 의무화하는 법도 함께 입법예고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앵커]
그럼 이 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지, 또 논란은 없는지 김지숙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시설 수용 대상은 몇 명 정도가 되는 겁니까?
[기자]
해마다 60명 안팎이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325명이란 게 법무부 설명이었습니다.
이 거주지 제한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 처분인데요.
그럼 소급도 가능한 거여서 조두순 같이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들이 포함된 숫자입니다.
[앵커]
가장 궁금한 게, 이 시설을 어디다 어떻게 만드냐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한동훈 법무장관은 그것부터 물으면 논의 자체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그만큼 민감한 문제란 얘깁니다.
일단은 현재 있는 국가 시설을 재활용하거나, 지자체와 의논해 새로 정할 수 있다, 정도만 언급했습니다.
[앵커]
장소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논란이 있을 거 같은데요?
[기자]
네, 오늘(24일) 브리핑에서도 제도의 부작용에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핵심은 위헌 논란인데요.
아무리 성범죄자라고 해도, 거주 이전의 자유는 기본권 아니냔 겁니다.
전문가 지적,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대근/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성범죄자와 같이 사는) 가족들도 불필요하게 거주 제한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연좌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성범죄자 시설에 수용됐다고 하면 이 사람들이 과연 사회 복귀가 되겠냐, 누가 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냐, 재활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니냐,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이런 논란이 있지만, 정부는 추진하겠다는 거잖아요?
[기자]
뭔가 대책이 필요하긴 하거든요.
2020년 말 성범죄자 조두순, 지난해 박병화 출소 때 지역 주민들이 난리가 났었습니다.
이런 게 계속 반복되게 할 순 없지 않냐는 겁니다.
[앵커]
실제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논의 과정을 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한국형 제시카법이라지만, 성범죄자들을 한곳에 모아놓는다면 오히려 조두순 때와 비교도 못할 만큼 큰 반발이 터져나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특히 선거 때, 이런 논의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법무부가 입법예고는 했지만 법안은 결국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거라 오늘 법무부 발표안대로 실제 시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김지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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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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