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장기 침체’ 일본, 독일에 명목 GDP 세계 3위 내준다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독일에 역전돼 세계 4위로 한 계단 내려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엔화 가치 하락(엔저)의 영향도 있지만, 일본 경제의 침체 양상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도통신은 23일 IMF 자료를 인용해 올해 일본의 명목 GDP는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2308억달러(약 5726조원)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료에서 독일의 명목 GDP는 작년보다 8.4% 증가한 4조4298억달러(약 5996조원)로 일본을 웃돌 것으로 예측됐다. 명목 GDP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경제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본은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보다 1.2% 증가하는 등 경제가 비교적 호조를 띠고 있지만, 기록적인 엔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화를 기반으로 하는 명목 GDP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31엔 정도였으나, 현재 150엔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은 고도 성장기였던 1968년 국민총생산(GNP)에 있어 당시 서독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명목 GDP도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2위였으며, 당시 엔화 시세는 달러당 평균 105엔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 일본은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경제 규모가 커진 중국에 밀려 3위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명목 GDP의 하락을 두고 일본 경제의 장기적 경기 침체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의 명목 GDP 성장률을 보면 중국이 12.6배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1.1배에 그쳤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1년 3월 일본이 완만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있다고 처음 인정한 바 있으며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1995년부터 감소를 이어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IMF 예측에 따르면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인도가 2026년에는 경제 규모 4위 국가로 올라서고, 일본은 5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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