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자극받은 테러단체들, ‘세력 과시’ 행동 나서나
활동비 모금 노린 극단주의 단체 간 ‘과감성 경쟁’ 예상
미군 떠난 아프간서 탈레반 보호 아래 은신·공격 훈련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가 연일 세계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이에 영감을 얻은 테러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 유럽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사건이 잇따르자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전문가는 “활동비 모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하마스에 필적하는 공격으로 관심을 끌려 한다”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23일(현지시간)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서방 정보당국은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저지른 잔학 범죄 이후 극단주의자,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반유대주의자 등 테러리스트들이 서방의 주요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 정보기관장들은 지난 17일 미국에서 열린 ‘신흥기술·보안혁신 회의’에 참석해 중동 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로 세계 테러 위협이 높아졌다는 공동 경고를 발표했다. 이번 회동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5개국 정보 수장의 공개 회동은 1941년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파이브아이즈 정보기관장들은 중동 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전례 없는 글로벌 스파이 활동과 같은 위협 환경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들은 “하마스 공격 이후 자생적 테러(외로운 늑대), 조직화된 테러, 극우·네오나치 등의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면서 “서방 국가 내에서 자살폭탄, 총격, 납치 등의 테러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곳곳에서는 불안감과 긴장이 이미 고조되고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체첸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자 20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교사가 사망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을 의심받아 프랑스 정부의 ‘잠재적 위험인물’ 명단에 올라 있던 상태였다. 다음날인 14일에는 베르사유궁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위협이 제기돼 관람객들이 긴급 대피했고, 18일에는 프랑스 내 6개 공항을 대상으로 폭탄테러 위협이 발생해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이슬람국가(IS) 출신임을 주장하는 40대 튀니지 남성의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이 “IS에서 온 알라를 위한 전사”라고 적었다. 지난 18일에는 독일 수도 베를린의 유대 회당에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화염병을 던져 국가안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미국도 테러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 해외 자국민에게 테러 위협이 커질 수 있다며 신변 주의 권고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동 전세가 과거보다 더 테러리스트를 양성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분석지원·제재 감시팀은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 탈레반이 이 지역을 장악하며 다수의 극단주의 단체를 보호하고 테러리스트를 양성해왔다고 지적했다.
유엔 분석가들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세계 극단주의자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면서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이전처럼 아프간이 테러단체의 안전 피난처로 복원됐다”고 포린폴리시에 밝혔다. 실제로 알카에다는 중앙조직, 은신처, 훈련 캠프를 아프간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테러단체들이 더 과감한 공격 목표를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단체들은 조직원을 모집하고 활동자금을 마련하려면 세를 과시해야 하는데, 하마스의 기습 공격처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공격이 ‘홍보’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반극단주의프로젝트 수석연구원인 한스제이콥 쉰들러는 “현재 하마스가 세계 모든 뉴스를 지배하면서 IS 등 다른 테러단체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테러단체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으면 모금 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능가하는 공격을 감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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