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박정훈 대령 독단적으로 행동” 책임 돌리기
여야는 24일 해군·해병대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사태가 커진 책임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돌렸다.
야당은 이날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박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에 담긴 ‘VIP 격노’ 표현을 근거로 공세를 폈다. 진술서에서 박 대령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이 있냐고 물었고 김 사령관은 부인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VIP 뜻을 확인했거나 전해 들은 바가 있나” “군사보좌관으로부터 해병대는 말을 잘 안 듣는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있나”라고 몰아세웠으나 김 사령관은 “전혀 없다”고 했다. 안 의원은 “해병대 순직 관련해 장관이 결재하고 익일 보류하는 건 외압이 아니면 다른 것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자료에서 혐의자 관련 내용을 빼라고 지시했고 이것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그러나 “지난 7월31일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같은 날 오후에는 국방부 차관을 통해서, 8월1일에는 군사보좌관의 문자를 통해서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받았다”며 이를 받들어 박 대령에게 명시적으로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지금도 박 대령은 제 부하다. 그렇지만 정당한 지시를 어기는 것을 수용하는 것은 부하를 보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박 대령을 설득하느라 이틀 동안 토의했고 (박 대령이 이첩을 강행하는) 독단적인 행동을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 대령이 (항명 의혹을) 바로 수긍했으면 이 정도까지의 국민적 관심이나 파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군에서 명령은 생명이다. 옳든 그르든 군에서는 그 명령이 잘 수행되지 않았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치꾼들이 항명한 사람을 의인으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감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1800t급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함명 변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함명 제정 당시 “공정하고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쳤다”면서 “(함명) 제정 절차에 따라 정확하게 총장 승인하에 지금 사용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범도함은 이와는 다른 경우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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