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 71일 만에 또…이호진 전 태광 회장 압색

경찰, 횡령 혐의 등 수사

경찰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을 24일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71일 만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전 회장 자택과 경기 용인시의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내 위치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및 계열사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경찰은 태광CC가 계열사에 공사비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경제개혁연대는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과 친족이 100% 소유한 골프장업체 티시스의 회원권 판매를 위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동원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협력업체와 거래를 체결할 때 이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거는 대신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업체의 회원권을 사들이게 했다는 게 고발 내용이다. 계열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도왔다는 취지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대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계열사 임원의 겸직 금지 규정을 어기고 2개 이상 회사에 이름을 올려 이중급여를 받게 한 뒤 빼돌린 혐의다. 경찰은 조성된 비자금 규모는 20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2019년 이 전 회장 개인회사가 태광그룹 계열사에 김치·와인 등을 강매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 전 회장 측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 측이 거래 과정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에도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의 차명주식 허위신고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고, 약식기소된 이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해 회사자금 420억여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간암 등 건강상 이유로 보석 석방된 후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 논란이 일었다. 법원이 2018년 보석 취소 결정을 하면서 이 전 회장은 다시 수감됐다. 이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