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도 깔려죽을 뻔, 사전대비 중요”…서울청장, 참사 막을 ‘10번’ 기회 날렸다
[앵커]
안녕하십니까?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오늘(24일) 9시 뉴스는 KBS의 단독 보도로 시작합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내용을 확인해보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해명과는 달리 참사 당일을 포함해 적어도 '열 번' 넘게 인파가 몰려 위험할 거라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전대책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했지만 정작, 그날 밤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영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에 왜 대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김광호/서울경찰청장/지난 16일/국정감사 : "(참사) 위험성을 인식했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서 그런 조치를 취했다."]
위험성을 인식 못 했단 해명과 달리, 김 청장은 핼러윈 한 달 가까이 전부터 혼잡 경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확보한 지난해 10월 4일, 김 청장의 간부 화상회의 발언.
한번 경험이 있는데 압사당할뻔 했다며 혼잡경비는 사전대비가 중요하다 현장도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압사 위험을 직접 경험했다고까지 언급하면서 사전 대비를 강조한 겁니다.
2주 가량 뒤 열린 두 차례 화상 회의.
김 청장은 이번엔 핼러윈 행사를 콕 집어 "불꽃축제처럼 성황을 이룰 것"이라며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합니다.
김 청장은 이번엔 관련 보고도 반복적으로 받았습니다.
10월 14일 정보부 보고를 시작으로 24일 생활안전부, 27일 112상황실과 교통지도부, 28일 수사부 보고까지...
핼러윈 행사 인파 예상 보고가 이어졌습니다.
참사 당일, 이임재 용산서장 보고 등을 합치면 김 청장에게 관련 내용이 보고되거나 대책이 논의된 건 10여 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청장은 참사 이틀 전엔 핼러윈 관련 보고를 받은 후 경비부장에게 전화해 "주말 경력이 있냐"고 묻기도 했는데,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했던 걸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은 이런 상황을 다 파악하고서도, 대검의 보완 수사 지시 후 9개월째 김 청장과 류미진 당시 상황실장 등에 대한 기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진동/서울서부지검장/지난 17일/국정감사 : "(사법처리와 관련해) 의견들이 너무 다양하게 나와서 계속 검토 중에 있으면서 부족한 게 없는지 확인 중에 있는데..."]
압사 위험을 경고하면서 사전 대비를 수 차례 강조했던 김광호 서울청장.
하지만 참사 당일, 김 청장 지시로 경찰력이 향했던 곳은 이태원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 집회 현장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영훈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김석훈 채상우
※ 기사 본문 중 '해운대 서장 시절 불꽃축제에 갔다가 깔려죽을 뻔 했다'는 김 청장의 발언을, 회의 속기록 발언인 '내가 한번 경험이 있는데 압사당할 뻔 했다'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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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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