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책상머리 공무원 질책…시장서 "배추 가격 안 내렸죠"(종합)
마포농수산물시장서 김장 물가 확인
상인 하소연에 총리 "제가 사겠다"
한 총리 "고물가와 싸워나가겠다"
[서울=뉴시스] 양소리 김승민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4일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가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참모들에 당부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저와 장차관뿐 아니라 실장, 국장, 과장,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실무자 모두 국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리는 최근 실무자들에 속도가 나지 않는 민생 정책에 대해 '왜 늦어지나' '지난 보고 후 몇 번의 회의를 했나' '어떤 진척이 있나' 등등을 꼼꼼하게 물었다고 한다.
한 총리는 실무자들에 "(정책) 당사자들은 하루하루가 급하다"며 "국록을 먹는 사람들이 그러면 되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를 듣고, 정책은 더욱 속도를 내라는 것이다.
한 총리의 지시에 따라 각 부처는 '출퇴근 전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취업준비생' '대출 연장을 원하는 소상공인'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을 질책한 한 총리는 이날 직접 시장을 찾았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대파 등 김장 재료 가격 급등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 행정을 강화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1시55분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 도착했다.
그는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청과점으로 들어서 배추를 짚으며 "얼마 전에 이게 상당히 비싸다던데, 아직은 안 내렸죠"라고 물었다.
청과점 사장이 "지금은 안 내렸지만 김장철에는, 지금 작황이 좋다 조니 조금 내려가지 않을까"라고 설명하자 한 총리는 "가격이 떨어지긴 할 텐데, 비쌀 데 우리가 하나 사 가자"고 참모들에도 제안했다.
한 총리는 쪽파, 배추 등 김장재료를 구매한 뒤 시장을 더 둘러봤다.
젓갈 등 양념을 파는 한 상회에서 "소비가 잘 안된다"는 하소연을 들은 한 총리는 "올해 유난히 날씨도 안 좋았고 기후도 굉장히 변덕을 많이 부려서 농산물이 전반적으로 좋은 작황을 못 보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총리, 수산시장서 '온누리상품권' 묻자 답변은 "글쎄"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출 후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수산물 시장에서도 국내 수산물을 구입할 때 온누리 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한 총리는 수산시장 상인들에 온누리 상품권 사용 허가 후 판매에 영향이 있는지를 직접 물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답들이 여러 차례 돌아왔다.
고흥수산의 상인은 "아직까지 크게 영향을 못주는 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떨지는 예측 못하겠다"고 말했고 금성유통 사장은 "저희는 온누리 상품권 사용과 관련이 덜 하다. 국내산 수산물이 풀리는 거 몇 가지가 안 된다. 저희는 국내산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한 수산물 가게에서 멈춘 한 총리는 "수급이 안 돼 물가가 비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수산물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잘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여기서 전어를 10마리 구입했다.
한 총리는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배춧값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지만 장보며 스트레스받는 국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썼다.
그는 "우리만의 고통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 되고 있다. 중동 정세도 심상치 않다"면서도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세계 어느 국민보다 안심하고 지내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는 민생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19일부터 상추·시금치·고춧가루·대파 등 가격불안이 높은 농산물을 중심으로 정부의 할인지원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늘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국민이 체감하실 때까지 고물가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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