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인질 2명 추가 석방…전문가 "군사작전 통해 인질 구출 가능성 희박"

2023. 10.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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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사망 5천 명 넘어·연료 반입 여전히 막혀…유럽, 인도적 휴전 두고 분분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군사 작전이 인질 구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인질 가족들 사이에서 공습보다 협상에 집중해달라는 호소가 나온다. 가자지구 사망자가 5000명을 넘기며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가 커지지만 미국은 휴전이 하마스에 시간을 줄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23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총리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인 누리트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가 풀려났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 모녀가 풀려난 데 이은 두 번째 인질 해방이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습격 때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하고 220명 이상의 인질을 가자지구로 납치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건강상의 이유"로 이들을 풀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이날 석방된 2명의 여성은 지난 7일 하마스 습격 당시 니르 오즈 키부츠 자택에서 납치됐다. 함께 끌려 간 쿠퍼의 남편 아미람(85)과 리프시츠의 남편 오데드(83)는 여전히 하마스에 억류된 상태다. 총리실은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보호해 이스라엘 내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집트와 적십자의 도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리프시츠의 손자 다니엘 리프시츠는 <로이터> 통신에 하마스가 납치한 조부모가 평화 및 인권 운동가로 평생을 살았으며 "10년 넘게 매주 (가자와 이스라엘 사이 통로인) 에레즈 검문소를 통해 아픈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병원으로 데려가 암 등 질병 치료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전국언론인조합(NUJ)은 오데드 리프시츠가 팔레스타인인 인권 침해를 보도해 온 진보적 언론인으로 최근까지 이스라엘 진보 언론 <하레츠> 등에 기고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의 습격으로 니르 오즈 외에도 베에리, 크파르 아자 등 다수의 키부츠가 피해를 입었는데 이곳 주민 다수는 팔레스타인을 배격하는 이스라엘 우파 및 극우와 대척점을 이루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키부츠는 사회주의적 공동 생산 및 공동 분배, 평등의 이념과 시온주의(유대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1910년 무렵부 이스라엘 곳곳에 설립된 공동체다. 이스라엘 곳곳에 많게는 270곳 가량의 키부츠 공동체가 있고 이스라엘 인구 900만 명 중 12만5000명이 키부츠에 거주한다.

산업 구조가 변하며 많은 키부츠들이 이익 공동 분배 원칙에서 벗어났지만 구성원들의 진보적 성향은 이어져 왔다. 두 국가 해법을 기반으로 한 미국 평화 운동 단체인 아메리칸스포피스나우(APN)에 따르면 키부츠 베에리 주민 다수가 평화 운동가로 지난해 총선에서 90% 이상이 좌파 및 중도좌파 정당에 투표했다. 많은 이들이 현 극우 연정의 가자 및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정책에 반대한다.

미국 정부에서 인질 구조 담당 국장을 맡은 바 있는 미 보안 컨설팅 회사 수석 부사장 크리스토퍼 오리어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하마스가 인질 일부를 석방한 이유는 "인도주의적 이유가 아니라 몇 주 전 공격으로 인한 공포를 누그러뜨리고 협상의 정당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인질 가족 일부 "가자 공격보다 인질 협상을"…바이든 "인질 풀려난 뒤 대화 가능"

이스라엘이 2주 넘게 가자를 무차별 폭격하고 있지만 일부 인질 가족들은 협상을 우선시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27살 연인이 하마스에 납치된 노암 알론은 "하마스 파괴와 가자 통제가 아니라 이것(인질 협상)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통신에 말했다.

하마스 습격으로 사촌이 살해 당한 정치 운동가 카르멜 고르니는 "복수는 계획이 될 수 없다"며 "하마스와 대화해야 한다. 항상 전쟁에 의존할 순 없다. 우리 국민과 교환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은 매우 많다"고 협상을 촉구했다. 그는 "병사들이 (가자) 내부로 들어가면 많은 인질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라며 지상군 진입에 반대했다.

다만 가족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로이터>는 여동생 부부가 하마스에 끌려 간 샌디 펠드만 부부가 이들이 오랜 납치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침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펠드만 부부는 "그들이 살아 나올 수 없을 거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는 나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싸움"이라며 "하마스가 뿌리 내릴 곳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35살 아들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나단 데켈 첸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당장" 처리하면서도 인질 구출을 동시에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협상이 아닌 군사 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의 황폐한 도시 환경, 많은 수의 민간인, 정보 부족 및 인질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군사 작전 땐 인질과 구조대 모두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질 구조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이스라엘 특수 부대 퇴역 군인인 티모르 이스라엘리는 매체에 군사적 방법이 "인질 생존 가능성을 최대화하고자 한다면 취해야 할 마지막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인질 전부를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소규모 무장 세력이나 범죄 집단이 일부 억류하고 있다면 구조 및 협상 노력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담에 정통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가자에 연료 공급 조건으로 인질 50명을 집단 석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스라엘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연료가 하마스에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스라엘 쪽은 인질 전원 석방 뒤 연료 공급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협상엔 하마스,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이 참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9일부터 식량, 연료 공급 차단을 포함해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 중이며 지난 주말부터 가자에 들어가고 있는 인도주의적 구호 트럭 물품에도 연료는 제외됐다.

가자지구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 자발리아 난민캠프, 남부 칸 유니스, 데이르 알발라 등 320곳을 공격하며 공습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23일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팔레스타인인 436명이 사망했다. 누적 사망자는 5087명에 달하고 1만5273명이 다쳤다. 21일부터 3일 연속 하루 14~2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에 진입했지만 하루 500~600대의 트럭이 진입하던 분쟁 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인도주의적 휴전 촉구가 유엔(UN)에서 나오지만 미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더힐>을 보면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질 협상을 위한 휴전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 그 뒤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이 체결되면 하마스에게 휴식 및 재무장 능력을 제공해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관련해 유럽은 분열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일시 휴전에 찬성했지만 독일은 반대하는 식이다.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가자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여전히 로켓 공격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휴전에 반대했다. 통신은 24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휴전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억류돼 있던 고령의 이스라엘 여성이 23일(현지시각) 적신월사(이슬람 국제적십자사) 측 부축을 받으며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2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달려가고 있다.ⓒ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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