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조장” 종교 단체 반발에 전남, 도민인권헌장 선포 미뤘다
전남도가 추진했던 ‘전라남도 도민인권헌장’ 선포가 무산됐다. 인권헌장 제정은 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문제 삼는 일부 단체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전남도는 “25일 열리는 ‘전남도민의날’ 기념식에서 도민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해왔던 전남도는 지난 8월31일 초안을 공개했다. 도는 9월13일과 14일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나눠 공청회를 개최한 뒤 도민의날인 10월25일 선포한다는 계획이었다.
인권헌장은 ‘자유롭게 소통하며 함께하는 전남’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전남’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남’ ‘안전하고 살기 좋은 전남’ 등 4개 원칙 아래 18개 분야의 도민 권리를 규정했다. 하지만 초안 공개 이후 일부 기독교 단체가 거세게 반발해 동부권 공청회가 무산됐다. 이들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문제 삼는다.
도민인권헌장은 제2조 차별 금지 원칙에 ‘모든 도민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종교, 장애, 국적, 인종, 경제적 지위 및 사회적 신분,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남바른교육도민연합과 전남교회총연합회, 전남경목연합회,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전남지부 등 기독교 단체는 지난달 20일 전남도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헌장이 제정되면 전남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동성애·양성애·성전환을 법과 제도를 통해 옹호·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초안 공개 이후 특정 조항에 대한 반대가 강력한 상황”이라면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선포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도민 여론이 수렴됐던 인권헌장의 제정을 연기하면서 전남도가 특정 단체의 반발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 인권헌장은 김영록 도지사의 공약으로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사례 수집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제정 계획을 수립했다.
인권헌장 제정위원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도민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예정된 헌장 선포를 미룬 것은 무책임하다. 향후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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