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가산단은 ‘산재 산단’…‘안전’이 없다
전문가들 “안전관리 시스템 작동 안 해”…위험성 평가 촉구
지난 8월16일 울산 북구 미포국가산단 내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공장 지붕 공사를 하던 60대 노동자 A씨가 추락해 숨졌다. 앞서 지난 7월13일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의 엔진 제조공장에서 열처리 장비를 정비하던 30대 노동자 B씨가 기계에 머리를 끼여 사망했다. 또 지난 3월19일에는 울산 온산국가산단 내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지하 매설 탱크 보수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C씨 등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중화상을 입기도 했다.
울산 국가산단에서 산재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폭발·화재 등 화학적 요인에 의한 사고는 물론 추락·끼임·부딪힘 등 3대 재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산업단지공단이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66개 국가산단에서 2018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5년여간 발생한 산재사고는 모두 150건이다. 이 중 울산 국가산단에서 일어난 산재사고가 총 33건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인명 피해는 전체의 23.7%(62명)이고, 재산 피해액은 620억여원으로 전국 최고액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 국가산단에서는 해마다 6~8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해 전국 산단 중 산재사고 4년 연속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산업단지공단은 2018년부터 전국 주요 거점 20곳에서 안전관리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센터별 1명씩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권 의원은 “울산 국가산단처럼 산재가 많은 곳은 조속한 안전진단 실시와 안전 확보를 위한 인력, 기능, 전문기관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산재 전문가들은 사업장별 위험성 평가를 통한 안전대책 마련과 안전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울산 국가산단은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조성돼 지금까지 주요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노후 설비가 많은 만큼 사고 우려도 높지만, 사업자들은 더 많은 생산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해 안전대책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과)는 “다양한 화학적 요인에 의한 사고 예방책이 부족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안전관리 역량이 떨어지는 사업체의 무분별한 입주도 각종 사고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락·끼임·부딪힘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안전문화가 정착되도록 사업장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사업장별 위험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산단 내 화학물질 이동과 제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발 및 화재를 줄이기 위해 배관 내 물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를 내년 중 준공할 계획이다. 울산 국가산단에는 약 1760여㎞의 각종 배관이 지하에 거미줄처럼 매설돼 있다. 이 중 화학물질·가스·송유관 등 위험물질 배관이 90%를 차지한다.
박노헌 울산시 사회재난산업안전과장은 “지자체가 수시로 시행하는 각종 안전 관련 교육·홍보·점검·노후시설 현대화 지원 등으로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현장 스스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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