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축 양옆으로 빌딩숲…세운지구 재개발 새 그림
종묘 경관 방해 문제·도심 제조산업 소멸 등 난관도 산적
서울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 세운지구 재개발이 본격화된다.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남북으로 이어지는 상가축은 단계적으로 허물어 녹지로 만들고, 축 양옆에는 주거·업무 시설을 초고층으로 짓는다. 상가축 일부는 서울시가 직접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25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15일간 주민공람 절차에 들어간다고 24일 밝혔다. 재개발 대상지는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43만㎡ 부지다. 서울시는 세운상가로 대표되는 상가축과 저층 제조업 단지가 밀집한 이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기 위해 ‘녹지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대지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인 건폐율을 줄이고 나머지 면적에 녹지를 조성하는 명목으로 용적률 상향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171개로 나뉘었던 개발 구역도 다시 통합해 재개발 사업 단위를 키우도록 했다. 171개 중 사업이 추진된 24개를 제외하고 147개 구역을 23개로 합친 것이다. 보다 큰 단위로 재개발을 진행해 사업성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가 가장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녹지축 조성이다. 이를 위해 상가축 일부를 직접 수용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상가축 중간 부분이자 을지로와 인접한 삼풍상가와 PJ호텔(옛 풍전상가)을 도시계획시설 공원으로 지정해 녹지 수요를 우선 충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풍상가·PJ호텔 소유주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상가는 ‘통합개발’을 추진한다. 서로 다른 구역인 인현상가와 인근 세운6-4-1구역을 통합, 개발하도록 하고 이 방식을 선택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서울시는 이처럼 상가군과 인근 구역이 통합개발되는 경우에는 공공재개발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공재개발은 주민 동의율 요건이 30%로 낮고 행정절차가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현상가 사례를 통해서 통합재개발 모델을 만들면 상가군과 민간부지를 묶은 개발계획이 다른 곳에서도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군 인접 구역 개발주체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같은 단계적 공원화를 통해 총 13만9000㎡ 넓이 녹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박 전 시장 시절 조성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는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존치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가군과 연접한 보행로인 만큼 녹지 조성 과정에서 철거가 사실상 불가피하다. 공중보행로는 재정비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세운지구 내에 1만가구 규모의 도심 주거단지를 만들고 주택 공급분의 10%를 도시형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안, 삼풍상가 하부에 1200석 규모 공연장을 짓는 안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세운지구는 도심에 위치한 대규모 부지인 데다 문화재가 가까이 있고, 기계·금속·정밀 등 제조업에 수십년 종사한 기술장인들이 밀집한 도심산업단지가 조성된 곳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을 둘러싼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세운지구에 200m 내외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 주요 건축유적인 종묘 주위의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2017년 청계천 이남 지역은 서울시 자체 도시계획으로 (개발)해도 무방하다는 기준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고밀개발을 하는 대신 녹지축을 종묘와 남산을 잇는 경관축으로 삼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입자 대책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입자 이주비와 영업보상을 법 한도 내에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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