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명이인' 공적이 뒤죽박죽‥손놓은 보훈당국
[뉴스데스크]
◀ 앵커 ▶
일제강점기에 광복군 소속으로 활동했던 장이호라는 이름의 애국지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광복군 내에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인물이 있었고 이 두 사람의 공적이 뒤섞여 훈장이 수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가보훈부는 공적 내용이 정확한 것인지 뒤늦게 검증작업에 나섰습니다.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광복군기념사업회 이형진 회장.
이 회장은 훈장이 잘못 수여된 광복군 출신 인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1977년 건국포장, 그리고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수여된 장이호 지사입니다.
[이형진/광복군기념사업회 회장] "공훈 기록은 (광복군) 2지대 장이호 지사님 것이고, 엉뚱한 장이호라는 사람에게 훈장을 주고‥"
사실을 확인해 봤습니다.
독립유공자 정보가 수록된 국가보훈부의 공훈전자사료관.
장이호 지사의 공적개요엔 "1940년 9월 17일 광복군에 입대했고 해방 때까지 지하공작 활동을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언제 태어나 언제 사망했는지는 미상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공훈록의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광복군 3지대 1분대에 입대해 초모공작 활동을 벌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김학규 장군이 지휘한 3지대가 본격 편성된 건 1942년, 1940년에 입대했다는 공적개요의 내용과 어긋납니다.
공훈전자사료관에서 인용한 참고문헌도 확인해봤습니다.
국가보훈처에서 펴냈던 '독립운동사' 4권과 6권엔 광복군 2지대 소속 장이호란 이름이 나옵니다.
역시 공훈록의 기록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하지만 3지대 소속 장이호란 인물의 활동 기록이 없는 건 아닙니다.
'독립운동사' 6권의 다른 항목에선 중국 서주 지역에서 활동한 장이호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광복군 출신 인사들이 생전 직접 작성했던 대원 명부에서도 2지대와 3지대 소속의 장이호란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 광복군에는 2지대와 3지대에 각각 장이호란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있었던 겁니다.
[윤경로/한성대 사학과 명예교수] "그러니까 동명이인이에요. 1946년에 돌아가신 분 그리고 이제 1950년도 6.25 때 돌아가신 분 이렇게 두 분인데‥ 먼저 돌아가신 장이호 그분은 광복군의 창설 멤버야. 낙양군관학교를 나온 아주 엘리트에요."
그럼 훈장은 누구에게 수여된 걸까.
3지대 소속 장이호 한 사람에게만 수여됐습니다.
그런데 공적 내용엔 2지대 장이호의 활동 내용이 섞여 있고, 사진마저 2지대 장이호의 것으로 뒤바뀌어 있습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피살된 2지대 소속 장이호는 김구, 조소앙 같은 임시정부 요인들이 나서 직접 장례를 치러줬던 사실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보훈부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인물을 한 인물로 만들어 기리고 있는 겁니다.
유가족 측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훈장을 처음 신청할 때도 3지대 활동 내역만을 제출했다며, 당시 생존해 있던 광복군 출신 인사들의 증언을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윤경로/한성대 사학과 명예교수] "그 당시는 인우보증이라는 게 주로 통했어요. 기록들이 없었으니까. '너희 아버지랑 같이 내가 광복군 활동했다' 이제 이렇게 써주면 그게 됐단 말이야. 그걸 실무자들이 좀 구분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보훈부는 40년 넘게 이런 사실을 방치하다 광복군기념사업회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뒤늦게 조치에 나섰습니다.
보훈부는 "서훈 당시 사료의 부족 등으로 공적혼합, 중복포상의 사례가 간혹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공적검증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서훈을 다시 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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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장예은
이덕영 기자(deo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6746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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