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의 행로난] 천하의 악이 죄다 모여들다
<논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주왕의 선하지 못함은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군자는 하류에 처하기를 싫어하니 천하의 악이 모두 그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자 제자 자공의 말로, 여기서 주왕은 고대 중국 상 왕조의 마지막 천자이고, 군자는 치자를 가리킨다. 주왕은 전근대시기 내내 폭군의 대명사로 운위되었던 인물이다. 공자는 춘추시대 사람이고, 춘추시대는 왕조로 치면 주나라 시절이다. 주나라는 상나라의 마지막 천자 주왕을 역성혁명, 요새로 치면 쿠데타로 축출하고 천자의 나라로 거듭난 왕조였다. 그렇다 보니 주왕에 대한 평가가 아주 신랄하였다. 역사는 대개가 승자의 기록이니 말이다.
자공의 말은 역사가 지니는 이러한 관성을 간파한 것으로, 폭군 중의 폭군으로 꼽히는 주왕이 실제로는 세인들의 인식처럼 그렇게 악한 자는 아닐 수도 있다는 통찰이다. 동시에 자공은, 주왕은 이러한 평가를 들어도 싸다는 투로 그렇기에 치자 곧 위정자는 하류, 그러니까 저열함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남을 다스리는 자임에도 인격이면 인격, 역량이면 역량 모두 저열하면 세상의 온갖 잘못의 책임이 그에게로 몰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왕은 군주임에도 역사를 통해 입증된 이 빤한 인간사의 이치를 무시하고 스스로 하류에 처했으니, 폭군 중의 폭군으로 평가받아도 그다지 할 말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공의 말은 한비자의 다음 말을 환기해준다. 그는 군주가 정치를 잘못하면 “분노함이 군주에게 쌓이고 원한이 백성에게 쌓인다. 쌓은 분노로 쌓인 원한을 제어하려 들면 둘 다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못난 군주는 백성이 자신을 원망한다고 남 탓하며 분노하는데, 백성에게 쌓인 원한은 정작 자신이 정치를 잘못한 데서 비롯됐음을 모른다. 하여 자기 분노로 백성의 원망을 누르려 하니 결국 군주도 백성도 다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되었다. 1년 전 책임 있는 이들은 왜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냐며 분노하였고, 참사로 희생된 유족과 시민사회에는 원망이 쌓여갔다. 그렇게 1년이 됐음에도 잘못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영락없이 자신이 하류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역사가 이들을 어떻게 서술할지, 명약관화해지는 대목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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